중국 윈난야생동물원에서 수년 간 운영하다 철퇴를 맞은 '호랑이 낚시' 프로그램. 미국 뉴욕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웨이보 캡처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 ‘호랑이 낚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먹이를 낚싯대에 매달아 우리 안에 있는 호랑이에게 드리우는 방식이다. 동물원은 관람객에게 다양한 체험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호랑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윈난야생동물원에서 촬영한 동영상이 한 편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관람객들이 호랑이 우리 위에 설치된 3m 높이의 관람대에 나란히 늘어서서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마치 물고기를 낚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우리 안에 있는 호랑이 4마리는 낚싯대에 매달린 고깃덩이를 서로 차지하려고 부지런히 쫓아다닌다. 이른바 호랑이 낚시다. 관람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비춰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동물원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수년 전부터 운영해왔다. 호랑이들이 좁은 울타리 안에서 뛰어다니며 운동하도록 유도해 동물들의 건강에 좋고, 관람객들도 야생동물과의 상호 유대감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일반 낚싯대와 달리 금속 갈고리가 없어 호랑이가 미끼를 물어도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또 난간에 1m 거리를 두고 펜스를 설치한데다 현장에 전문요원이 상주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안전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동물학대 논란에 2013년 2월 여론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동물원은 개의치 않고 이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해왔다. 한 번 낚시하는데 20~50위안(약 3,400~8,500원)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동물원이 올리는 수익도 쏠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호랑이 낚시는 다시 역풍을 맞았다. 미국 뉴욕의 동물원에서 5일 호랑이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중국 네티즌의 관심이 급속히 고조됐다. 왕팡(王放) 상하이 푸단대 생명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펑파이신문에 “동물을 인간의 놀림감으로 삼는 슬프고도 우스꽝스런 장면”이라며 “호랑이의 침, 분뇨, 소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 이처럼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것은 방역의 관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이 커지자 동물원 측은 7일 바로 통고문을 내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프로그램을 즉시 정비했다”면서 “동물원이 운영하는 일부 야생동물 상호교감 프로그램은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이고 더 과학적으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단 문제의 프로그램을 중단하지만, 언제든 다시 재개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동물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을 중단하다가 지난달 21일 다시 문을 열었는데, 최근 관람객은 하루 1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