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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 “나는 2루수다”

입력
2020.04.09 07:00
수정
2020.04.09 11: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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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이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베이스 러닝을 하고 있다. 롯데 제공
안치홍이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베이스 러닝을 하고 있다. 롯데 제공

프로야구 ‘거인 군단’의 센터 라인을 책임질 내야수 안치홍(30ㆍ롯데)이 이를 악물었다. 2019시즌 후 KIA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에 새 둥지를 튼 안치홍은 이번 시즌을 KBO리그 정상급 2루수로 다시 한번 일어서겠다는 한 해로 삼았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안치홍은 “지난해 2루에서 자꾸 1루로 가게 됐다”며 “의지와 상관 없이 수비 위치를 자주 옮기면서 2루수로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몸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언제나 목표는 골든글러브”라고 강조했다.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세 차례(2011, 2017, 2018) 수상한 안치홍은 FA 시즌에 벌크업(근육 키우기)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KIA는 2루수 안치홍을 1루수로 돌리는 횟수(105경기 중 16경기 1루수 출전)를 늘렸다.

FA 시장에서 수비 비중이 적은 ‘1루수 꼬리표’는 안치홍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야 보강이 필요한 롯데는 안치홍을 여전히 매력적인 2루수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결국 안치홍과 롯데는 2+2년 최대 56억원에 FA 계약을 마쳤다.

4년 보장이 아니라 2년 보장을 택한 이유는 실력을 보여주고 재평가를 받겠다는 선수의 의지가 담겼다. 안치홍은 “많이 고민했지만 도전을 위해 결정한 부분”이라며 “FA로 새로운 팀에 온 만큼 내 몫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2루수 안치홍이 1루 주자를 태그아웃 시키고 있다. 롯데 제공
2루수 안치홍이 1루 주자를 태그아웃 시키고 있다. 롯데 제공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체중 감량이다. 롯데 입단 당시 몸무게가 90㎏을 훌쩍 넘겼지만 현재 5㎏ 정도 뺀 상태다. 안치홍은 “체중 관리는 장기적으로 보고 시작했다”며 “큰 근육을 키우기 보다 작은 근육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캠프 때부터 움직임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팀 적응도 완전히 마쳤다. 롯데엔 경찰청 동기 전준우 신본기가 있고 같은 이적생 신분인 지성준과도 빠르게 친해졌다. 안치홍은 “지금은 적응이라는 단어를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불편한 거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2009년 데뷔 후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와 키스톤 콤비(유격수ㆍ2루수)를 이루는 것에 대해선 “서로 의견을 많이 주고 받다 보니 잘 맞는다”고 답했다.

안치홍은 하루 빨리 사직구장에서 야구 팬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야구장과 집만 오가는 상황이라 팬들을 만날 일이 없는데 청백전 중계를 통해서라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시즌이 개막하더라도 무관중 경기를 할 수 있지만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야구장에서 직접 인사 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또 신인 시절인 2009년부터 10년간 머물렀던 KIA 팬들을 향해서는 “진작에 광주를 갔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광주 원정을 갈 때 어떻게 인사를 드릴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힘차게 스윙하는 안치홍. 롯데 제공
힘차게 스윙하는 안치홍. 롯데 제공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팀 타선은 좋은 타자들이 워낙 많아서 상대 투수들이 어려워할 것”이라며 “타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데 집중하겠다. 앞으로 오랫동안 야구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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