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거인 군단’의 센터 라인을 책임질 내야수 안치홍(30ㆍ롯데)이 이를 악물었다. 2019시즌 후 KIA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에 새 둥지를 튼 안치홍은 이번 시즌을 KBO리그 정상급 2루수로 다시 한번 일어서겠다는 한 해로 삼았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안치홍은 “지난해 2루에서 자꾸 1루로 가게 됐다”며 “의지와 상관 없이 수비 위치를 자주 옮기면서 2루수로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몸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언제나 목표는 골든글러브”라고 강조했다.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세 차례(2011, 2017, 2018) 수상한 안치홍은 FA 시즌에 벌크업(근육 키우기)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KIA는 2루수 안치홍을 1루수로 돌리는 횟수(105경기 중 16경기 1루수 출전)를 늘렸다.
FA 시장에서 수비 비중이 적은 ‘1루수 꼬리표’는 안치홍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야 보강이 필요한 롯데는 안치홍을 여전히 매력적인 2루수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결국 안치홍과 롯데는 2+2년 최대 56억원에 FA 계약을 마쳤다.
4년 보장이 아니라 2년 보장을 택한 이유는 실력을 보여주고 재평가를 받겠다는 선수의 의지가 담겼다. 안치홍은 “많이 고민했지만 도전을 위해 결정한 부분”이라며 “FA로 새로운 팀에 온 만큼 내 몫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체중 감량이다. 롯데 입단 당시 몸무게가 90㎏을 훌쩍 넘겼지만 현재 5㎏ 정도 뺀 상태다. 안치홍은 “체중 관리는 장기적으로 보고 시작했다”며 “큰 근육을 키우기 보다 작은 근육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캠프 때부터 움직임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팀 적응도 완전히 마쳤다. 롯데엔 경찰청 동기 전준우 신본기가 있고 같은 이적생 신분인 지성준과도 빠르게 친해졌다. 안치홍은 “지금은 적응이라는 단어를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불편한 거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2009년 데뷔 후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와 키스톤 콤비(유격수ㆍ2루수)를 이루는 것에 대해선 “서로 의견을 많이 주고 받다 보니 잘 맞는다”고 답했다.
안치홍은 하루 빨리 사직구장에서 야구 팬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야구장과 집만 오가는 상황이라 팬들을 만날 일이 없는데 청백전 중계를 통해서라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시즌이 개막하더라도 무관중 경기를 할 수 있지만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야구장에서 직접 인사 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또 신인 시절인 2009년부터 10년간 머물렀던 KIA 팬들을 향해서는 “진작에 광주를 갔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광주 원정을 갈 때 어떻게 인사를 드릴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팀 타선은 좋은 타자들이 워낙 많아서 상대 투수들이 어려워할 것”이라며 “타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데 집중하겠다. 앞으로 오랫동안 야구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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