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집값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를 뚫고 수직 상승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세종시 인기 단지는 일주일 새 1억원이 오르는 등 올 들어서만 2억~3억원씩 급등했다.
◇줄줄이 오르는 세종 아파트값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는 올해 들어 3월까지 아파트값이 10.07%나 급등했다. 이는 전국 최고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서울은 0.67% 상승에 그쳤다. 월간으로 보면 1월과 2월 각각 2.22%, 2.41% 오른 데 이어 3월엔 5.15%나 뛰었다.
지난 2012년 이후 아파트값이 지속 상승했던 세종시는 2017년 8ㆍ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세종시는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3중 규제를 받는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거리더니 올해 들어 세종시 전역으로 상승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 12단지 금성백조예미지’ 전용면적 59㎡의 경우 8층과 10층 매물이 지난달 7일과 14일 각각 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 면적의 18층 매물이 2월 27일에 4억5,480만원에 거래된 후 1~2주 사이에 매매가가 1억원 가량 뛴 것이다.
대평동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는 지난달 2일 전용 99㎡가 12억원(19층)에 팔렸다. 일주일 전 동일 면적이 신고가인 9억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당시 매물이 4층으로 저층이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일주일 새 3억원이나 급등했다.
어진동 ‘한뜰마을3단지 더샵레이크파크’는 전용 84㎡가 지난달 19일 7억원(10층)에 거래돼 한 달 전 5억6,000만원(4층), 5억1,000만원(2층), 4억8,500만원(1층) 등에 비해 1억원 이상 올랐다. 고운동과 아름동 등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지역 역시 올 들어 전용 84㎡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보다 1억원 가량 올랐다.
◇나 홀로 상승 이유는
이런 현상에는 대전 집값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대전시와 세종시는 그 동안 세종 집값이 오르면 대전이 추격하고, 대전이 오르면 세종이 다시 따라잡는 식이었다.
세종시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3중 규제를 받아 한동안 집값이 정체돼 있었던 반면 대전은 규제 무풍지대여서 최근 3년간 집값이 꾸준히 올랐다. 이에 올해 들어 세종시가 대전 집값을 따라잡는 ‘키맞추기 장세’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대전 아파트값은 8.07%나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세종시는 오히려 2.12% 하락했다.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것 역시 집값 상승세를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 3년간 한 해 평균 1만3,000여가구가 입주했지만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5,600가구가 예정돼 있다. 2021년에도 7,668가구에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종시의 ‘나 홀로’ 상승세가 롱런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3월 초를 변곡점으로 꺾인 상황이라 세종시만 나 홀로 상승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4월부터 세종시 역시 본격적인 보합세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