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현지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간 포로 교환 협상이 결렬되면서 19년만에 어렵게 맺어진 미국ㆍ탈레반 간 ‘아프간 평화협정’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프간 내부의 권력다툼 등으로 평화 프로세스가 지연되면서 미국ㆍ아프간 정부ㆍ탈레반 3자간 신뢰에 금이 가는 양상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성명을 통해 “아프간 정부가 고의로 우리 측 포로 석방을 늦추는 건 평화합의 위반”이라며 협상단 철수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 측이 평화에 대해 진지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양측은 지난달 31일부터 1차로 탈레반 대원 100명과 아프간 정부군 20명을 교환하는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탈레반 측 지휘관 15명의 포함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WP는 설명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포로 교환 협상은 2월 29일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평화협정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협정과 포로 교환 협상의 주체가 다른데다 지난해 9월 대선 결과에 불복한 전직 최고행정관의 별도 정부 구성으로 권력투쟁이 격화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탈레반 대원 5,000명과 아프간군 1,000명 간 포로 교환을 계기로 아프간전 종식 선언과 미군 철수를 추진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아프간 정부에 10억달러 원조금 삭감을 경고하기도 했다.
아프간의 정치 분석가 와히둘라 카지크하일은 이날 중동 매체 아랍뉴스에 “미국의 원조 삭감 경고, 아프간 지도부에 대한 좌절감, 포로 교환 실패 등은 단시간 내에 아프간의 평화 프로세스가 본궤도에 오르기 힘든 것은 물론 어려운 국면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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