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상업은행인 간쑤은행 후이현 지점에 5일 주가 폭락에 따른 불안감으로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어 은행 앞을 가득 메웠다. 웨이보 캡처

중국 서부 간쑤성에서 은행 주가가 폭락하자 고객들이 돈을 찾으려고 몰려들어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당국이 나서면서 혼란은 잦아들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중국인들의 불안 심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간쑤은행 후이현 지점 앞에 수백 명의 예금주가 웅성대며 장사진을 쳤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보지 못하던 광경으로, 앞서 1일 간쑤은행의 주가가 43.48% 급락해 1주당 가격이 0.65홍콩달러(약 102원)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간쑤은행 주식의 위상은 초저가주를 의미하는 ‘셴구(仙股)’로 추락했다. 주가 하락이 은행 예금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데도 예금주들은 “은행에 넣어둔 돈이 안전한가”라고 재차 물으며 은행 앞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투자자들조차 주가 폭락에 대해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고 토로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간쑤은행은 간쑤성 은행 가운데 최대 규모로, 지난해 중국 100대 은행 중 49위에 랭크돼 전년에 비해 19단계나 순위가 올랐다. 또 중국의 은행은 예금보험조례에 따라 1인당 50만위안(약 8,250만원)까지 원금자 이자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고객들은 예금을 인출하는데 문제가 생길까 싶어 서둘러 은행으로 향했다.

최근 간쑤은행의 실적과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고객들의 우려를 키운 측면도 있다. 지난해 영업수입은 전년 대비 18.5% 감소했고, 주주들의 이익 배당도 85.2% 줄었다. 부실 대출비율은 2.45%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해 시중은행 평균(1.86%)을 웃돌았다. 자산가치 손실도 19억위안에서 43억위안으로 증가했다.

중국 간쑤은행 후이현 지점에 6일 내걸린 통고문. 은행은 "중국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하고 예금을 보장하니 안심하라"는 내용을(사진 오른쪽), 당국은 "헛된 소문에 흔들리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담았다. 웨이보 캡처

지방은행의 부실로 고객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은 중국 전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주주의 불법 대출로 곤욕을 치른 네이멍구 바오상은행을 비롯해 진저우ㆍ헝펑 등의 은행이 잇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허난성 이촨현 농촌상업은행과 랴오닝성 잉커우 옌하이은행에서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발생해 당국이 진땀을 흘렸다. 인민은행이 3일 중소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낮추면서 지방은행의 숨통을 틔우고 있지만, 이 같은 과거의 경험이 뇌리에 각인돼 있는 터라 고객들은 거래은행의 상황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에도 중국 금융당국이 뒤를 받치고 은행이 수습하는 방식으로 예금주들의 불만을 무마했다. 간쑤은행은 6일 통고문을 통해 “우리는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승인하고 성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은행으로서, 인민은행이 예금을 보장하고 있다”며 “주가 하락은 예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장행위에 불과해 은행의 모든 경영은 정상적이고 현금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국은 “금융안전을 해치는 행위는 엄벌에 처할 것”이라며 “헛소문을 믿지 말고 예금 인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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