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집행 외부 견제 약화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의 예산집행 담당 감찰관을 급작스럽게 인사 발령낸 것과 관련, 뒷말이 무성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예산 지출에 방해가 될만한 인물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현지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글렌 파인 국방부 감찰관 대행을 수석 부감찰관으로 복귀시켰다. 대신 션 오도널 환경보호성 감찰관이 이 자리를 겸직하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국방부 감찰관 대행직을 수행해온 파인은 지난주 감사단의 추천을 받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위원회’ 의장에 임명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사명령에 따라 의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특히 이 예산위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예산법안을 관리ㆍ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 예산법안에 대한 외부 견제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파인을 밀어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2조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예산에 대한 감시견을 방출시켰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한 행정부 대응이 부실하다고 평가한 정부 감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트윗에서 병원이 보호장비와 검사 부족에 직면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건복지부 감찰관의 보고서에 대해 “가짜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감찰관은 어디서 왔냐, 이름이 뭐냐”며 “그 보고서는 틀렸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민감한 반응은 코로나19 대응이 차기 대선에서 재당선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한 탓이 커 보인다. 미국 내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 분야 치적이 무너진 데 대한 다급함이 실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자신의 감독 없이 감찰관이 예산법안 감사를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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