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복원한 신라시대 말 갑옷을 토대로 만든 실물 크기 복제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이걸 두르고 전쟁터를 내달리며 싸웠다고?”

7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0년에 걸친 복원 작업 이후 내놓은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Ⅹ - C10호 목곽묘 출토 마주ㆍ마갑 조사연구 보고서’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마주(馬胄)와 마갑(馬甲)은 전쟁터에 나가는 말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과 몸통에 두른 갑옷. 그 중 몸통에 두르는 마갑은 모두 740매로 구성됐는데, 펼쳐두면 길이만 290㎝, 너비는 90㎝, 무게는 약 36㎏에 이른다. 이 정도 마갑을 두를 정도면 중장기병용 말이었을 텐데, 중무장한 기사가 올라탄다면 말이 지탱해야 한 무게는 120㎏ 정도가 된다.

하지만 신라시대 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라 왕성이었던 경주 월성(月城)에서 나온 5세기 말뼈 분석 결과를 보면, 당시 말 크기는 높이 120∼136㎝ 정도다. 이를 근거로 보고서는 “당시 마갑을 실제 입은 말은 현재 조랑말과 유사하거나 조금 큰 말이었을 것”이라 추론했다. 왕성과 그 인근에서 발견된 것인 만큼 당시로서는 이 정도의 말이 가장 좋은 말이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신라의 중장기병은 120㎏ 무게를 이고 있는 조랑말을 몰고 적진으로 돌격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마갑이 ‘실전용’이라기보다 ‘의례용’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심명보 학예연구사는 “갑옷을 사용하거나 보수한 흔적이 없으나, 아직은 용도가 무엇인지 결론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발굴 작업 뒷얘기도 풍부하게 실렸다.

연구소는 2009년 신라 왕족, 귀족 고분이 밀집한 쪽샘지구 쪽 목곽묘를 발굴하다 이 유물을 캐냈다. 1,500년의 시간을 견뎌낸 유물이었던 만큼 연구소는 엄청난 공을 들였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마갑 유물을 고분에서 덜어내고 있는 모습. 훼손되지 않은 유물이라 원형 그대로 발굴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도굴되지 않은 유물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기 위해 가건물을 세워 온도와 습기를 조절했다. 발굴 모의 실험까지 거친 끝에 28톤에 이르는 유구 전체를 들어올려 흙 등 이물질을 세심하게 떨어낸 뒤 보존처리실로 옮겼다. 이후 10년간 보존처리작업을 진행했고, 이렇게 복원한 각종 유물을 지난해 10월 처음 공개했다. 연구소는 쪽샘 목곽묘에서 함께 발굴된 나머지 유물들 복제품까지 만들어 이르면 6월쯤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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