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도 54조원 역대 최고치 기록… 갈수록 세수 줄고 지출 늘어 ‘비상등’
미래에 국가가 지급해야 할 돈까지 합친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규모가 지난해 처음 1,700조원을 넘어섰다. 나라살림 가계부로 불리는 ‘관리재정수지’도 역대 최대 적자폭을 기록했다. 5년 만에 ‘세수 펑크’를 겪으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결과다.
올해는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더해 정치권이 총선을 맞아 경쟁적으로 ‘재정 풀기’를 강조하고 있어 재정건전성이 한층 급격하게 악화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00조 넘어선 국가부채
정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ㆍ의결했다.
정부 재무제표 결산 결과, 지난해 정부 채무와 미래 국가공무원 연금지급액 등을 합친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조2,000억원이 늘어나며 사상 처음 1,7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50조원대 국채를 발행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 가운데, 국가가 향후 지급해야 할 공무원ㆍ군인연금 등을 위한 ‘연금충당부채’(944조2,000억원)는 지난해 4조3,000억원 늘었다. 종전 산정기준(2015년 장기재정 전망)으로 계산하면 연금충당부채(1,040조4,000억원)가 100조원 가량 더 늘어나지만, 정부가 2019년 회계연도부터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쓰기로 하면서 연금충당부채 규모가 대폭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를 산정할 때는 장기적인 임금ㆍ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데, 2015년 기준치는 너무 오래되고 현실에 맞지 않아 2020년 전망치를 반영해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국제 비교 기준으로 통용되는, 중앙과 지방정부 채무를 합친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728조8,000억원)도 48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어섰다.
전반적인 세수 부진 속에 확대재정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요 국가재정 지표도 일제히 악화됐다. 지난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전년보다 43조2,000억원 줄어 12조원 적자로 전환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외환위기(1997~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이후 처음이며, 적자폭 역시 2009년(-17조 6,000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도 역대 최대인 5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재정건전성 추가 악화 불가피
국가 재정건전성은 올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국가부채비율(국내총생산 대비 중앙ㆍ지방정부 채무 비율)은 정부의 기존 목표치(39.8%)를 넘어 41.2%까지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총선 후 지급될 긴급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경 규모에 따라 국가부채비율은 더 올라갈 게 뻔하다. 특히 올해 코로나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법인세 등 세금수입도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돈 쓸 데는 많은데, 수입은 줄어드니 국가는 적자국채를 발행해 이를 메울 수밖에 없다. 나라빚이 또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 재정상황은 연초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이날 기재부 ‘재정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세 수입(46조8,000억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조4,000억원 덜 걷혔다. 전년 대비 6,000억원 덜 걷혔던 1월에 이어 2월에는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총지출(104조원)은 1년 전보다 14조7,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월까지 26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정치권의 주장대로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무리한 재정 확대는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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