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인 무증상기의 감염자(무증상자)가 유행을 다시 일으킬 복병으로 지목됐다. 무증상기 감염자가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해 집단감염을 확대한다는 사실이 싱가포르 등 국내외에서 확인되면서다.
7일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최근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달 16일까지 현지에서 발생한 집단발병 사건 가운데 7건이 무증상자로부터 시작됐다. 지역사회 감염환자(157명) 가운데 6.4%인 10명이 무증상 감염자부터 발생한 환자였다. 이는 당시 전체 환자(243명)의 4%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무증상자로부터 시작된 집단발병 7건 가운데 4건에서 첫 환자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날짜가 확인됐다. 이들은 증상이 나타난 날로부터 대체로 1~3일 전에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예컨대 한 부부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다음날 교회를 방문했다. 부부는 이로부터 3~5일이 지나 증상을 보였지만 이미 같은 날 교회를 찾았던 3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이후였다.
해외에서 이러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우리 보건당국도 무증상기 전염에 부정적이었던 초기 입장을 바꿨다. 지난 4일에는 환자의 행적을 조사하는 시점을 증상 발생 전 하루에서 이틀로 확대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사례의 상당수를 무증상자를 통한 전파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6일 공개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집단감염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39명)의 33%(13명)가 증상이 없었지만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무증상자를 통해 전파된다는 점이 현재 방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서 “무증상자가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근무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자가격리자의 동거인을 집단생활시설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증상자를 통한 전파를 막는 방법은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증상기 전파는 역학조사를 철저히 해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면서 “확진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도 마스크를 써서 콧물이나 기침이 주변으로 퍼지는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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