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의 한 유전에서 석유시추 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미들랜드=EPA 연합뉴스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유가 관련 금융상품 투자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유가가 급락하자 반등을 기대하고 유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 상품에 하루에 수천억 원씩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는 투기적 거래가 횡행하는 상품인 데다 최근에는 정치적 이슈까지 맞물려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유 ETFㆍETN 상품에 개인 뭉칫돈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국내 ETF ‘KODEX WTI원유선물(H)’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이번 달 들어 6일까지 2,326만7,000주를 기록했다. 지난 1월의 일평균 거래량(6만9,000주)과 비교하면 300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도 13억6,600만원(1월)에서 1,862억4,700만원(4월)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유사 ETF 상품인 ‘TIGER 원유선물Enhanced(H)’도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가파르게 오른 상태다.

원유가격을 추종하는 ETN도 상황이 비슷하다. 대표적인 원유 ETN 상품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은 4월 들어 하루 평균 1억151만7,404주(2,689억4,417만원)가 거래됐다. 이 상품의 1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6만6,168주(10억2,904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자금이 몰리는 것은 유가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공장이 멈추면서 석유 수요는 줄었는데 산유국들이 오히려 경쟁적으로 증산을 발표하면서 1월에 배럴당 50달러 후반대였던 WTI 가격은 지난달 말 20달러로 3분의 1수준으로 급락했다. ‘생수보다 유가가 싼’ 상황이 벌어지자 저가매수를 노린 투자가 몰린 것이다.

 ◇개인만 산다… ‘시장과열’ 주의보 

문제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들만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KODEX WTI원유선물(H)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각각 200만원, 4,431억3,300만원 매도한 반면, 개인은 4,229억6,200만원치 매수했다. 각종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주식만큼이나 원유 투자 관련 문의가 빗발치는 실정이다.

시장이 과열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추격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을 둘러싼 미국 내부 문제와 산유국 간 불협화음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유가 방향에 대한 섣부른 판단보단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는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정치적 발언이 부각될 때마다 요동치고 있다. 지난 2, 3일 각각 24.66%, 11.92%나 급등했던 WTI 가격은 6일엔 7.97% 급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7일 기준 KODEX WTI원유선물(H)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58.11%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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