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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세계가 주목한 4.8g…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 현장을 가다

입력
2020.04.09 04:30
수정
2020.04.09 17:3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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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코로나19 생산 업체에서 완성된 진단키트의 무게를 달아 보니 저울이 4.8g을 표시하고 있다.
6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코로나19 생산 업체에서 완성된 진단키트의 무게를 달아 보니 저울이 4.8g을 표시하고 있다.
6일 강원 춘천시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 업체에서 직원이 완성된 진단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6일 강원 춘천시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 업체에서 직원이 완성된 진단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업체 직원들이 3일 반응 종이가 부착된 스트립(좁고 긴 막대기)을 하우징(틀)에 장착하고 있다.
업체 직원들이 3일 반응 종이가 부착된 스트립(좁고 긴 막대기)을 하우징(틀)에 장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조기에 꺾은 한국식 방역 조치를 배우고 도입하려는 각국의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 특히 하루 4만여건에 달하는 대규모 검사 능력이 부각되면서 국산 진단키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가 주목한 진단키트. 길이 10㎝가 채 안 되는 조그만 의료 장비의 생산 과정이 궁금해 지난 3일 강원 춘천시에 있는 진단키트 생산업체 ‘B’사를 찾았다. 공장 출입은 방호복에 모자와 장갑, 마스크를 착용하고 에어샤워를 거친 후에야 가능했다. 생산 라인은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직원들의 손놀림만은 분주했다. “4.8g밖에 안 되는 작은 장비지만 그 덕분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생산 라인을 안내하던 최동환 플루팀장이 말했다.

진단키트의 제작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먼저, 연구원이 원료(항원)를 준비한다. 좁고 기다란 막대기(스트립)에 부착된 반응 종이(멤브레인) 위에 준비된 원료를 도포한 다음 스트립 양쪽 끝에 흡습패드와 샘플패드를 붙인다. 이 스트립을 케이스에 장착한 후 검수와 포장을 거치면 진단키트가 완성된다.

이처럼 간단한 공정 속에 진단키트의 핵심이 숨어 있다. 반응 종이 위에 도포하는 항원이 코로나19 항체에 대해서만 특징적으로 반응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 과정은 겉으로 보이는 제작 공정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그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철저한 기밀로 관리한다.

진단키트에 적용할 원료(항원)를 준비하는 연구원.
진단키트에 적용할 원료(항원)를 준비하는 연구원.
직원들이 반응 종이가 부착된 스트립(좁고 긴 막대기)을 하우징(틀)에 장착하고 있다.
직원들이 반응 종이가 부착된 스트립(좁고 긴 막대기)을 하우징(틀)에 장착하고 있다.
생산라인에서 진단키트 하우징의 불량 유무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생산라인에서 진단키트 하우징의 불량 유무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업체의 진단키트는 ‘면역글로블린항체진단’ 방식으로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을 통해 항체 형성 유무를 판단한다. 우리 보건당국이 ‘유전자진단’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쓰이지 않고 대부분 수출된다. 10분 정도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고 정확도 또한 최대 95%까지 개선됐다. 유전자진단 방식에 비해서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량의 검체를 빠른 시간 내에 검사할 수 있는 만큼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 적합하다. 실제로 이 업체는 진단키트 대다수를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 120여개국으로 수출한다.

이날 생산 라인 한쪽에선 전 직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까지 줄이자는 취지다. 검사 방식 또한 간단했다.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을 키트 전면의 작은 홈(샘플 패드) 위에 떨어뜨린 후 8~9분쯤 지나니 반응 종이에 옅은 붉은 선이 나타났다. 이 붉은 선의 위치에 따라 음성과 양성을 판단하는데 정확한 판독에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업체 관계자가 샘플패드 위로 채취한 혈액을 떨어뜨리고 있다.
업체 관계자가 샘플패드 위로 채취한 혈액을 떨어뜨리고 있다.
코로나19 테스트에 사용된 진단키트를 형광 UV에 비춰 나타난 반응 결과 예시다. 위쪽 3개의 키트는 양성, 네 번째는 음성 반응 또는 정상인, 맨 아래는 검사 이전 상태를 나타낸다.
코로나19 테스트에 사용된 진단키트를 형광 UV에 비춰 나타난 반응 결과 예시다. 위쪽 3개의 키트는 양성, 네 번째는 음성 반응 또는 정상인, 맨 아래는 검사 이전 상태를 나타낸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신뢰를 받는 고품질의 진단키트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후 소규모 양산 제품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생산 공정 안정화에 노력한 결과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파악부터 역학조사까지 신속하게 이루어진 방역 시스템, 검사를 담당한 의료진의 숙련도가 더해지면서 진단키트의 신뢰도를 높였다. 업체 관계자는 “생산량이나 변화 수치를 상세히 밝힐 수 없으나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에 따라 앞으로 물량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총 30여곳에 달한다.

춘천=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이동진 인턴기자

직원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직원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검수 작업 중인 직원의 안경에 진단키트가 비치고 있다.
검수 작업 중인 직원의 안경에 진단키트가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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