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가수 신승훈. 도로시뮤직 제공

“가수로서 한 획을 그으려고 노력하진 않았어요. 다만 점은 계속 찍고 싶었죠. 그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으로 보이긴 하는 것 같아요. 획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발라드의 황제’ 가수 신승훈(54)이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대전의 작은 무대에서 활동하다 자작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게 딱 30년 전인 1990년이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10년, 20년은 더 음악을 해야 하니 과거의 영광보다 현재에 충실하고 싶다”며 “음악인생에서 이제야 반환점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승훈은 국내 대중음악의 전설이다. 약 140만장 판매로 추정되는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2000년 7집 ‘디자이어 투 플라이 하이(Desire To Fly High)’까지, 7연속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누적 판매량만 1,700만장이 넘는다. 그런데도 그는 ‘국민가수’라는 호칭에 선을 그었다. “국민가수라면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이제 그런 자격은 없는 것 같아요. 그 타이틀은 이미 반납했습니다.”

30년 내내 최고의 가수는 아니었더라도 동료, 선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일류 가수였다. “첫 10년은 스타로 살았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했어요.(웃음) 너무 많은 사랑을 받기만 했던 때였죠. 그 뒤 10년은 TV 대신 공연을 주로 하면서 대중에겐 잊힌 시기였고요. 최근 10년은 신인 가수를 키우는 프로듀서이자 가수 이상의 아티스트를 꿈꾸는 단계입니다. 국민가수보다는 조용필 선배님처럼 오래 사랑받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어요.”

‘발라드의 황제’라는 이름도 부담스러웠을까. 신승훈은 해맑게 웃으며 ‘애증의 관계’라 했다. “너무 한 색깔의 음악만 오래 했다고 해서 비판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걸로 버텼으니 이렇게 30주년 인터뷰도 하는 거잖아요.” 디스코 R&B 하우스, 같은 장르를 안 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는 ‘발라드 전문’이라 생각한다.

30주년 기념으로 8일 내놓은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에도 신승훈스러운 발라드를 가득 채웠다. 신승훈은 아예 이 앨범을 ‘명함’이라 불렀다. “제 분신 같은 음악이라는 뜻입니다. 실험, 모험보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담았어요. 30년간 사랑해주신 분들께 드리는 감사의 표시입니다.”

앨범 발표 이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곡을 먼저 공개했다. 이 곡에서 신승훈은 ‘꽃처럼 피우려고 모질던 바람 / 힘내란 말은 하지 않을게 / 이것만은 기억해줘 / 거센 강물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노래한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팬들께 위로를 드리고 싶어 만든 곡이에요. 저도 이제 사랑에 대한 가사를 쓰긴 어렵지만, 삶의 선배로서 위안을 줄 수 있는 가사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와중에 코로나19 확산은 예기치 못한 일격이었다. 4월 서울에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전국 콘서트 투어 일정이 대대적으로 조정돼 6월부터 공연을 시작하되 서울 공연은 아예 가을로 미뤘다. 신승훈은 좋게 여기기로 했다.

“전화위복이라 생각합니다. 앨범 준비 때문에 공연 준비 시간이 충분치 못했는데, 엄청난 시간이 주어진 셈이죠. 연출도 가다듬어서 많이 바꿀 겁니다. 코로나19로 연기된 서운함과 울분 같은 걸 공연에서 쏟아내야죠.” 그러면서 살짝 귀띔했다. “사실, 새 앨범 수록곡들은 공연을 위해 만든 음악이거든요. 현장에서 들으면 또 다른 느낌이에요. 공연장에 와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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