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복지부 소속 조직…여야 공히 ‘청’ 혹은 ‘부’ 격상 공약 내걸어 
 “청으로 승격시켜 방역 전문가 육성해야” 주장 
 일각 “보건과 복지 분리 시 부처 칸막이만” 반대도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의 청(廳) 승격 논의가 5년만에 재부상하고 있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공히 공약으로 질본 위상 확대를 내걸며 실현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 조직만 늘려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는 등 방역 조직을 키우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놨다. 현재 질본은 보건복지부 소속 조직이어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으니 아예 경찰청이나 국세청처럼 독립된 외청으로 만들자는 얘기다. 미래통합당은 ‘국민보건부’를 신설하자고 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기능과 질병관리본부를 떼어내 부를 새로 만들자는 주장으로 질본의 청 승격보다 더 나아간 주장이다.

이처럼 여야 할 것 없이 질본 위상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신종 코로나로 방역당국인 질본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도 감염병은 질본에는 전화위복이 되면서 조직이 커졌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유행 이듬해인 2003년 복지부 내 국립보건원이 질본으로 확대 개편됐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을 겪고서는 질본 본부장이 1급(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돼 외형상 인사ㆍ예산의 재량권이 생겼다. 당시에도 질본을 독립청으로 분리하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복지부 소속으로 남는 것으로 정리됐다. 현재 질본은 4급 이하 직원은 본부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며, 예산 편성에도 일부 재량을 갖고 있다.

위상을 조금씩 높여오긴 했으나 질본이 전문성에 비해 독립성은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 외국 입국자의 입국 제한 시기, 방식, 범위 등에 대한 판단을 질본보다 행정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주도해 내리는 등 방역 의사 결정에서 질본의 권한이 여전히 작다”며 “독립된 조직이 아니다 보니 질본 내부에서 전문가가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고, 그 결과 방역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질본의 청 승격 필요성에 동감했다.

하지만 질본의 독립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존한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재난적 감염병 발생시 방역과 함께 건강보험 제도와 의료인ㆍ의료기관 관리, 저소득층 지원 같은 복지부 소관 업무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질본이 청으로 독립하면 복지부와 질본 간 칸막이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사태는 항상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질본은 평상시 전문가 조직으로서 감염병 감시를 하다가 지금처럼 위기가 생기면 전문성에 기반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주로 집행만 하고 컨트롤(통제) 기능은 없는 차관급 외청 조직에 머물면 위기 발생시 다른 장관급 부처나 지자체를 이끌어 갈 힘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과 복지 기능을 별도 부처로 분리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보건이 복지 관점에서 관리되지 않으면 보편적 의료와 괴리된 채 민간 의료계에 지나치게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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