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원대상 전체 가구로” 정부안 8일 만에 뒤집어
통합당 “매표” 비난하더니 1인당 50만원 일괄지급 불쑥 제시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전체 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부안을 8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로써 미래통합당(전 국민 1인당 50만원)ㆍ민생당(전 국민 50만원)ㆍ정의당(전국민 100만원) 등 야당들의 ‘보편적 지원’ 방침에 민주당도 합류하게 됐다. ‘코로나 사태의 효과적 해결’이란 재난지원금의 당초 취지는 실종된 채,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만에… 하위 70%→전 가구 100만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6일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민주당ㆍ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지역ㆍ소득과 관계 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2,000만 가구(외국인 가구 제외)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하자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여당ㆍ청와대ㆍ정부가 참여하는 당ㆍ정ㆍ청 협의에선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주는 ‘선별 지원’ 대책을 확정ㆍ발표했는데, 8일 만에 번복한 것이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상위 30%의 분노ㆍ불만이 총선 악재가 될 조짐에 급하게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30% 중에는 경제ㆍ복지 정책에 민감한 중산층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가뜩이나 정부가 “올해 3월 납입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위 70%를 정하겠다”고 발표하자 논란이 확산된 터였다. 자영업자는 2018년, 영세기업 직장인은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산정돼 올해 소득 감소분이 누락되는 등 여당으로선 ‘국가재정을 풀고도 욕을 먹는 상황’이 됐다. 이어 통합당마저 5일 ‘1인당 50만원 일괄 지급’ 카드를 내놓자, 민주당이 ‘재정 건전성을 위한 선별적 지원’ 방침을 포기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급 대상을 ‘모든 가구’로 확대하면 13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안(9조1,000억원)보다 4조원 늘어난 수치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하위 70% 기준 추경안을 제출하면, 총선 이후 국회 심사 때 여야 합의를 통해 3조~4조원 가량 증액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2차 추경안’을 이달 말까지 통과시킨 후,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담은 ‘3차 추경’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은 6일 “2차 추경은 긴급재난지원금에 집중하겠다고 정부가 이야기하고 있기에 3차 추경도 가시권에 놓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3차 추경을 구체화했다. 1년에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1969년 이후 51년 만이다.

◇4인 가구 200만원, 400만원… 정치권 ‘돈풀기’ 경쟁

야권은 더 급진적이다. 통합당은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 총선 전인‘일주일 안’에 국민 1인당 현금 50만원을 일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달리 대상을 가구가 아닌 개인으로 했다. 4인 가구 기준 2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원도 민주당(13조원)의 2배 수준인 25조원으로 추계됐다. 통합당 관계자는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월 185만원) 수준은 줘야 한다. 민주당이 애초 제시한 100만원은 너무 적다”고 했다. 여권의 재난지원금 지급 구상을 “총선 매표 행위”(황교안 대표)라고 비판하더니, 총선을 앞두고 말을 바꾼 것이다.

민생당도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되, 부유층은 세금으로 지원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의당은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이달 중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인 가구 기준으로 하면 400만원으로, 소요 재원은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 피해 부문과 계층에 집중해, 총선 직후에 선별 지원하자”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지원 대상과 금액만 난무하는 여야의 ‘돈 풀기’ 경쟁에 우려를 표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필요하나 코로나19 위기가 향후 얼마나 확산될지 모르기에 지금은 효과적인 집행에 집중해야 한다”며 “현재의 ‘재난 구호’ 단계에선 정말 절박한 사람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고,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소비를 끌어올려야 할 때 보편 지원으로 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총선을 앞두고 국가재정 고려 없이 비현실적인 숫자만 제시하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당별 긴급재난지원금 내용. 그래픽=김대훈 기자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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