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봉쇄가 8일 풀린다. 지난 1월 23일 도시 전체에 빗장을 걸고 외부와 차단한지 77일만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코로나19 ‘방역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상징적 조치로서 의미가 크지만, 감염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한시정부는 3일 “건강카드가 녹색인 경우 8일부터 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항공기와 기차 운행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관영매체들은 우한 봉쇄 해제 D데이를 앞두고 카운트다운이 적힌 포스터를 매일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우한 주택가의 방역 통제 수준은 당분간 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정부는 “무증상 감염이나 퇴원 후 재발 사례가 끊이지 않아 긴장을 늦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우한 보건당국은 시내 13개 지역 가운데 14일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저위험 지역 9곳에 대해서도 추가 감염자가 단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방역 수준을 다시 높일 예정이다. 다만 오랫동안 갇혀 지낸 주민들의 스트레스를 감안해 정신치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한 이외 지역도 마냥 달가운 분위기는 아니다. 코로나19 무증상자와 해외 유입 사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입국자는 38명인 데 비해 무증상 감염자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78명이었다.
이에 베이징시는 “감염 경로가 복잡하고 상황이 심각해 예방ㆍ통제가 단기간에 끝나는 건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을 선언했다. 또 의료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진료를 잠시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병원 안전규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전날까지 이틀에 걸쳐 외부 유입이 아닌 자체 확진자만 6명이 발생해 비상이 걸린 광둥성은 해당 4개 지역의 방역 수위를 상향 조정했다.
우한의 봉쇄가 풀리면 최소한 420만명 이상의 이동이 예상된다. 전체 1,100만명 가운데 실제로 타지에 거주하는 인구가 6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당국은 이 중 70%가 춘제(春節ㆍ설) 연휴 때 고향에 왔다가 발이 묶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각지 생산시설의 노동자 수급에는 숨통이 트이겠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갈 우려도 적지 않다. 장원훙(張文宏)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내과 주임은 “중국 내 감염 환자의 13~18%가 무증상자”라고 추정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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