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시민들이 자카르타 스나얀 거리에서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아침햇살을 쬐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인도네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명률은 9%를 육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6일 기준 이탈리아(12.3%), 영국(10.3%), 네덜란드(9.9%), 스페인(9.6%) 다음으로 높고 프랑스(8.7%)와 비슷하다. 사망자 수는 198명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많다. 현지인뿐 아니라 교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치명률이 높은 이유를 따져본다.

먼저 진단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한 달 남짓 진행된 인도네시아 코로나19 검사는 1만1,242건이다. 우리나라는 석 달간 44만여건 검사가 진행됐고, 최근엔 속도를 높여 하루에 가능한 검사가 2만건 안팎이다. 인도네시아의 한 달치 검사 총량이 우리나라 하루치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인구(2억7,000만명)가 우리나라의 5배라는 점을 감안해도 무척 적다. 현지 교민은 “인도네시아 직원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3일치 약을 주고 상태가 나빠지면 다시 오라고 했을 정도로 검사가 더디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만 검사가 되고 있으니 확진 비율도 높고 치명률도 높게 나타난다. 인도네시아의 검사 대비 확진 비율은 20.2%로, 우리나라의 10배가량(2.32%)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진단꾸러미를 중국에서 공수하는 한편, 한국에서도 들여오고 있다. 자체 개발한 진단꾸러미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생활습관과 기저질환(지병) 여부도 치명률에 영향을 미친다. 인도네시아는 남성의 약 60%가 흡연자다. 주로 단맛이 나는 향신료 정향을 필터에 바른 담배를 피우는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초등학생 또래 아이들도 목격할 수 있고 여성 흡연자도 많다. △흡연 경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할 확률이 14배 높다 △코로나19에 걸린 흡연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뎅기열, 티푸스 등 독한 풍토병을 앓는 환자도 많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최연소 사망으로 기록된 11세 소녀는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생전엔 전형적인 뎅기열 증상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건 당국도 “기저질환 등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사망한 사례가 많다”고 발표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카르타의 코로나19 응급병원을 살펴보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열악한 의료 시설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개로 세계 평균(2.7)의 절반 수준이다. 수도 자카르타의 1,000명당 병상 수는 그나마 2016년 2.23개로 올라갔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1.5개(2015년 기준)였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에 있는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와 예전 베트남 난민들이 들어와 살았던 싱가포르 근처 섬(갈랑)에 응급병원을 급히 세웠을 정도다.

인도네시아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0.27명으로 세계 평균(1.5명)에 미치지 못한다. 전염병이 확산일로인 상황에선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없는 셈이다. 방호복 등 의료진의 개인 보호장비도 부족해 의료진 사망 사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호흡기 등 중증 환자를 돌볼 의료 설비도 열악하다.

현지에선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자와 감염자 수가 훨씬 많을 것이란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예컨대 자카르타의 3월 장례 건수는 월 기준으로 최근 10년래 최고인 4,377건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에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발표됐던 전달(2,539건)보다 2,000건 가까이 늘었다. 3월 한 달간 자카르타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공식 집계상 95명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산은 고온다습 기후에선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기존 상식을 뒤엎는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기상청은 “인도네시아는 적도를 중심으로 평균 기온이 섭씨 27-30도, 습도가 70-95%에 달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발병에 이상적인 환경은 아니다”면서 “기후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큰 만큼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동 제한을 통해 발병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한인 의사는 “연중 더워 실내에서 에어컨을 종일 틀어놓는데, 일단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다시 내뿜는 에어컨의 작동 원리가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에서 귀국한 뒤 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이 나왔다는 소식은 현지 상황과 맞물려 교민들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교민들의 요청에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과 재인도네시아한인회는 현지 종합병원과 협약을 맺어 한국인 우선 검사 대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 교민은 “한국인만 먼저 검사를 해주면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만약 양성 판정이 나오면 말도 통하지 않는데다 음식도 마땅치 않고 의료시설도 열악한 현지에서 치료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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