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여야 모두 ‘박빙’ 평가 속 문 대통령 방문 선거개입 논란
경북도내 13개 선거구에서 구미을은 여야가 공통으로 박빙 지역으로 손꼽는 지역구다.
여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국회의원을 내는 것이 1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막판 표심이 제1야당으로 쏠릴 것으로 기대하는 선거구다.
미래통합당 장석춘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구미을에는 민주당 김현권(55), 통합당 김영식(60), 국가혁명배당금당 황응석(63), 무소속 김봉교(63)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경북 대부분 지역에 야당 바람이 일고 있지만 구미을은 야권에 유리하지만은 않은 선거구라는 게 중론이다. 통합당에서 김영식 전 금오공대 총장을 단수 추천하자 김봉교 전 경북도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통합당 성향 표 분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거 경험이 없는 통합당 김 후보가 초반 선거운동에 허술했다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구미시장에 이양호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자 김봉재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우파 분열로 민주당 장세용 시장이 당선됐던 상황과 유사한 구도다. 민주당이 기대하는 이유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민주당 김현권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출신지 의성 선거구를 포기하고 구미(을)를 지역구로 터 잡아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친통합당 성향의 선거구에서 중도층 공략으로 당선에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아내인 임미애 경북도의원(의성)의 조력을 많이 받고 있다.
구미는 30세 이하 인구가 50%가 넘어 도내에서 가장 젊은 인구층이 많은 특징을 가진 도시다. 국가산단이 있는 구미시 산동면 등은 평균 연령이 31세로 개혁성향의 진원지이다. 구미을의 중심지역인 인동ㆍ진미지역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용 시장이 전체 유효투표수 2만2,692표 중 1만1,088표를 얻어 한국당 후보를 4,288표 차이로 크게 이겼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빠져나가 지역 경기가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정치성향이 실용적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구미 선거는 낙후된 구미경제 재건에 누가 더 적합한가의 싸움이다. 활황에서 불황으로 급락한 지역으로 경기 체감도가 커서 ‘구미 경기’ 이슈가 ‘문 정권 심판’보다 먹힐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주요 후보들은 이를 중점적으로 파고든다. 통합당 김영식 후보는 5공단을 '규제 프리존'으로 만들어 투자를 대거 유치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로 구미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김 후보는 “정당보다 일할 사람,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 1만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통합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구미를 방문한 것은 구미 등 경북권 여당 후보를 간접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선거개입이라는 비난성명을 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대동하고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방문했다. 산단 입주기업을 방문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구미산단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대구를 방문해 방역 및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36일 만에 구미를 찾은 것이다.
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봉교 후보는 경북도의원 3선을 한 토박이로 바닥 지지기반이 두텁다는 평이다. 무소속 후보의 선전이 당선권으로 진입할지도 관심거리다. 구미을은 김봉교 후보의 지지세 결집 및 지역 경제 재건에 대한 신뢰 획득 여부에 따라 선거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모 기자 gjm@hankookilbo.com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