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ㆍ이동제한 해제 등… 2차 확산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는 유럽 국가들이 감염 증가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자 국경 봉쇄와 이동제한 조치 등 통제정책 완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 섣부른 ‘출구 전략’이 자칫 2차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핀란드 등이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기업 재택근무와 학교 폐쇄령의 단계적 완화 논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전날 “26일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한다”면서도 “12일 부활절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을 포함한 비필수적 업종의 운영 금지는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ㆍ사회활동 재개 계획을 위해 2주 동안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일 기준 스페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만2,418명으로 전날보다 674명(5.7%) 증가했지만 사흘 연속 줄었다. 신규 확진 발생률도 열흘 전 14%에서 이날 4.8%까지 떨어져 감소세가 확연하다.
이탈리아도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난 정황이 뚜렷하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사망자 수는 525명으로 지난달 19일 427명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이탈리아 검역ㆍ방역 대책을 총괄하는 안젤로 보렐리 시민보호청장은 앞서 3일 “내달 16일까지 더 많은 양성 판정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이후 사회적 활동을 재개하고 2단계 대응책을 시행할 수 있다”며 도시 봉쇄 해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도 1일 기자회견에서 “봉쇄 해제는 전례 없고 엄청나게 복잡하다”면서도 “다음 주쯤 규제 완화의 시기를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국경을 틀어 막았던 덴마크는 이미 지난 주 봉쇄 완화를 시사했다.
그러나 조기 국경 개방과 이동 허용이 감염병 확산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13일까지 국민에게 자택 대피령을 권고한 영국에서는 2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고 부활절 연휴가 다가오면서 보건 수칙을 어긴 채 공원에 나와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로 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독일 총리실은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은 ‘집에 머물라’는 것”이라며 이동제한 조치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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