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유포·이용자 처벌할 디지털 성범죄 법망 다시 짜야”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7순위 후보로 출마한 배복주 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n번방 사건은 입법 공백을 너무나 잘 아는 가해자 집단이 이를 이용한 주도면밀한 범죄다. 가해자들은 끊임없이 ‘이렇게 해도 다 빠져나가’를 이야기한다.”

배복주(49)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n번방 사건의 핵심 배경으로 ‘입법 공백’을 거듭 지목했다. 그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베테랑 활동가다. 세 살 때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해 걷는 게 불편하지만 배 후보는 장애 문제에서 출발해 여성·인권 분야까지 20년간 꾸준히 달려왔다.

최근 국회에서 만난 그는 “이 입법 공백에 속이 터지는데, 의원님들은 안 터지시나 보다”라고 운을 뗐다. 디지털 성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데 ‘성 착취물’등의 용어조차 법에 없는 현실을 그는 조목조목 개탄했다.

배 후보는 “한 사건에 다수의 피해자와 다수의 가해자가 있어 수사가 까다롭고 가해자는 대체로 안전했다는 게 n번방 사건의 특징”이라며 “흩어진 관련 조항이 2, 3개뿐이라 디지털 성범죄 법망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행위자, 제작 생산자, 유포자, 이용자, 시청자, 공모자, 방조자, 소지자 등을 법 조항으로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지원하는 등 미투(Me Too) 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다. 배 후보는 “2차 피해가 너무 심각한데도 처벌할 근거는 약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근거도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삭제에서부터 시작해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받아 든 ‘시험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국회의 ‘n번방 청원 졸속 처리’ 논란과 정치권 실언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했다.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확인된 일부 참석자들이 발언 논란과 관련해 “딥페이크물(deepfakeㆍ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특정 영상이나 사진에 합성한 편집물)을 혼자 몰래 만드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보는 안일한 인식 자체가 누적되고 학습돼 우리사회가 지금의 상황에 온 것이다. 예비범죄를 형성하는 과정의 하나로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누구도 피해자의 정보를 검색하지도, 퍼 나르지도, 비난하지도 않아야 피해자들이 이제는 끝났구나 안심할 수가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 진출 시 배 후보의 1차 목표는 입법기관의 높은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다. 그는 “장애 여성으로 구색을 맞추거나 꽃처럼 앉아 있진 않겠다”며 “현장에서 함께 울고, 화내고, 분노하고, 한탄했던 많은 분들이 제게 들려준 이야기를 대변하고 대리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배복주 후보는 “모두가 멈출 때 비로소 N번방 사건이 마무리 된다”며 “우리사회가 받아 든 큰 시험지”라고 강조했다. 이한호 기자.
◇ 다음은 일문일답.
-출마 결심 배경은.

“현장 활동을 할 때 국회는 멀리 있었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누더기가 되는 걸 보면서 처음 국회의원이란 무엇인가 생각했다. 최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을 접하면서 법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정말 피해자 구제가 어렵구나. 법의 역할은 무엇일까. 의원들은 누구일까.

또 현행법 상 장애인은 활동보조를 받다가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고, 등급에 따라 필요와 무관하게 활동 지원이 중단된다. 생존권 위협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이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입법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일할 때도, 인권 침해에 관한 한국사회의 제재가 너무나 약하다는 현실에 안타까웠다. 현장의 고비 고비, 순간마다 입법 공백, 입법 미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 때문에 아파하는 분들, 괴로워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절박하다 느꼈다.”

-활동만으로는 역부족이던가.

“시민사회단체가 하는 운동 영역의 정치가 있고, 제도나 국회 안에 현실의 정치가 있지 않나. 두 바퀴가 잘 굴러만 가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칸막이가 높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들을 입법의 영역에선 크게 보기 보단 ‘필요한 것만 가져다 쓰는’ 상황이다. 쉽게 입법 실적이 될만한 것만 골라내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제 활동의 경험과 감각을 국회에서 유지할 수 있을진 실험의 영역이다. 노력하고 싶다.”

-현장 감각을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긴가.

“출마한 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변할 거야 안 변 할거야?’ 이 말이, 이 마음이 딱 국민의 목소리가 이게 아닌가 싶다. 국민들이 국회나 입법기관을 바라보는 거리감, 정서가 바로 이게 아닌가 싶다. 칸막이, 장벽을 없애야 한다.”

-정의당을 택한 이유는.

“우리의 무게 중심은 끊임없이 사회적 소수자를 향해 가야 한다. 소수자의 권리와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 우리 사회가 평등해지는 길이다. 그래서 진보정치를 꿈꿔 왔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1호 법안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는 당이다. 그 발의안에 내 이름을 적을 수 있겠다는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꼭 적고 싶다.”

-‘장애 여성 정치인’으로 이미지 소비만 되진 않겠다고 했다.

“비례성, 당사자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몸의 이미지만으로 정당이 어떤 역할을 다했다는 식의 상황은 경계할 거다. 그런 사람을 데려와 앉아 있는다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제겐 장애를 가지고 오래 살아온 당사자성도 있지만, 사회 변화를 위해 현장 활동을 한 운동의 경험도 있다. 이 운동의 경험이나 전문성이 더 주목됐으면 좋겠다. ‘이미지 팔이’나 이미지 활용을 넘어선 제 경험의 정치화를 하고 싶다. 구색 맞추거나 꽃처럼 앉아 있고 싶진 않다는 얘기다. 그런 평가가 제겐 중요하다.”

배복주 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단지 장애 여성이라는 몸의 이미지로 정치권에서 소비되고 싶지는 않다"고 단언했다. 이한호 기자
-당사자성을 가지고 돌파할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정체성은 중요한 배경이다. 저는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장애, 여성, 결혼한 여성 등.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정치적 당사자성이다. 이를테면 내가 비장애 여성의 삶을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당사자성의 공감대가 분명 있다. 이를테면 장애인의 삶을 가족이나 주변인으로 겪은 분들도, 사회 구조의 문제를 생각하는 많은 활동가도 당사자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차별의 경험은 교차되고 복합적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이라 최고로 억압받은 사람이야’라고 정체화하기 보다는, 이 경험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계속 생각한다. 사회적 소수자 연대다. 정치도 그렇게 풀고 싶다.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정치화, 사회화 시키고 비슷한 경험의 목소리를 국회 안에서 돌파하고 싶다. 차별 받아 본 감각과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사회구조적으로는 비슷한 위치에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국회에는 그 감각과 경험이 희귀한 것 같다.

“숨이 콱 막힌다. 이 주위로 며칠 안 다녀봤지만, 양복과 넥타이만 봐도 너무 숨이 답답하다. 한계는 있겠지만 할 수 있게 된다면 많은 걸 해보고 싶다. 하다못해 법안 안의 차별의 용어, 혐오의 용어부터 시작해서 계속 함께 공부하고 성찰하고 자극 받게 하는 역할이나 제안을 해보고 싶다.”

-n번방 사건을 대하는 국회의 태도가 최근 논란이 됐다.

“이날만 해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발언(“호기심에 입장한 분들 달리 판단해야”)으로 난리가 나 있다. 지나치게 사건을 축소시키는 발언이다. 유력 정당 지도부가 일단 지금 뭐가 뭔지, 왜 이렇게 난리인지 자체를 모른다는 얘기다.

n번방 문제는 법의 입법 공백을 너무나 잘 아는 가해자 집단이 이 공백을 이용한 사건이다. 우리나라 성폭력 법체계는 너무나 복잡하고 까다롭다. 가해자들은 끊임 없이 ‘이렇게 해도 다 빠져나가’를 이야기한다.

원포인트 국회를 계속 얘기하는 이유도, 하루라도 빨리 이걸 개정해서 이 입법 공백을 메워야만 이 시점의 범죄 발생일 이후 가해자 처벌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정말 이 입법 공백에 속이 터지는데, 의원님들은 안 터지시나 보다.”

-n번방 사건이 왜 여기까지 왔다고 보나.

“엉망진창이다. 이건 분노를 넘어선다. 우리사회가 너무 큰 숙제를 받았다. 한국 성폭력 문제에 주어진 큰 시험지다. 이 숙제를 완전히 풀지 않으면 도저히 다음으로 갈 수 없다.

우선은 성차별적 사회 문화가 너무나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다. 여성을 성적 대상, 착취 폭력 놀이의 대상으로 보도록,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성인식 성문화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다. 마치 익숙한 우리 사회의 현상 문화처럼 정착이 돼 버렸다.

저는 2001년부터 거의 20년 현장에 있었다. 그때는 성이 타자화, 비일상화된 게 화두였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 내 일상에는 없는 일, 나와 상관 없는 일, 악마나 나쁜 놈이 저지른 일이고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은 나와 상관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언론의 잘못도 크다. 가해자를 이 지구상에 있어선 안될 사람으로 만들고 피해는 처절함으로 구현했다.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전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렇다.

그래서 이때는 성폭력이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수없이 강조된 운동의 의제였다. 하지만 우리 법은 여전히 ‘강한 강제력을 둔 행위’를 강간으로 보기 때문에 사회 통념은 바뀌지 않았다. 이 단계에서 제기되는 게 피해자의 책임을 묻는 유발론이다. ‘피해자가 그럴만한 짓을 했다’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는 것은 행실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보는 사회적 문화가 생겼다. 이렇게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대상물, 놀이물로 보는 인식이 온라인 공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그런 통념이 극대로 강화돼서 나온 최종판 같은 사건이다.”

-타자화, 피해자 책임론, 대상화, 극대화의 흐름인가.

“예전엔 비일상화, 타자화의 문제였다. 미투(Me too) 운동 전후로는 조직문화의 문제, 권력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했다. 텔레그램 사건을 통해서는 시민의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착취물, 불법 촬영물을) 아무도 검색하지 않아야 하고, 아무도 피해자의 정보를 퍼 나르지 않아야 하고, 아무도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아야 이 사건은 비로소 종결된다. 이 세가지를 다 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다 함께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종결될 수 없는 사건이다.”

심상정 대표, 배복주 비례대표 후보 등 정의당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n번방 처벌을 위한 정의당 전국동시다발 선거운동'에 참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인식 전환이 가장 어렵다.

“지금 피해자의 정보는 인질로 잡혀 있다. 오프라인은 사건 가해자가 특정되고, 가해자를 잡아 처벌하면 어느 정도 일단락은 된다.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상에서 피해자들의 정보는 가해자들의 손에 있다. 재가공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유포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용감하게 나올 수도 없다.

누구도 피해자의 정보를 검색하지도, 퍼 나르지도, 비난하지도 말아야 이 문제가 풀린다. 아니고는 이 사건은 해결이 안 된다고 본다. 시민의 문제고 시민들이 함께 풀어야만 된다.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고, 피해자 지원정책도 강화돼야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같이 풀어야, 그제서야 피해자들이 이제 끝났구나 안심할 수가 있다.”

-되레 그 끝이 멀리 느껴진다.

“그래서 꼭 많은 시민들께 부탁 드리고 싶다.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멈추라고. 피해자 정보를 검색하고 재가공하고 유포하고 비난하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더 현실적으로는 입법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강조했듯 가해자 집단은 법의 공백을 너무나 잘 알고 행동했다. 피해자의 나이나 장애 정도, 혹은 강간이냐 강제추행이냐 희롱이냐 같은 행위 유형에 따라 처벌의 구성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선 판례를 보면 집행유예가 많고 형량도 약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떻게 빠져나갈지, 어떻게 삭제하고 (수사기관에 가서) 무슨 말을 하면 되는지를 가해자가 다 알고 저지른 범죄라고 생각한다. 주도면밀한 범죄다.”

-유독 디지털 성범죄 관련 공백이 큰데.

“디지털 성범죄가 그렇게 진화되고 있다. 한 사건에 다수의 피해자와 다수의 가해자가 있다. 특정되지 않는 수사 상의 어려움, 까다로움 때문에 가해자는 안전하다.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법의 처벌이 높지 않을 것이다’ 등등을 가해자들이 계속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관련 조항이 2, 3개 정도 밖에 없다. 관련해 촘촘한 법망을 재정비해야 한다. 우선 성 착취물 등은 용어부터가 법에 없다. 행위나 피해의 유형을 법적 용어로 끌어올 수 있는 것은 모두 규정해야 한다. 행위자, 제작 생산자, 유포자, 이용자, 시청자, 공모자, 방조자, 소지자 등도 정리해야 한다. 피해자 지원 영역도 강화하고 그에 따른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권 반응은 비교적 미온적이다.

“(논란이 된 n번방 청원 관련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애들이 그런 것 좀 볼 수 있지’ 같은 인식이 강하다. 단 한 번도 딥페이크물이나 착취물의 대상이 되거나 그런 방식으로 구현될 지도 모르는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거다. 그런 위치에 단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을 것 아닌가. 정말 ‘여성을 존엄과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하는 걸 생각하게 된다.

n번방 사건은 한 개인을 두고 굉장히 구조적 착취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점점 더 이 사람을 종속시키고, 노예화시켰다. 본인 스스로가 판단을 못할 정도로 강하게 인식과 영혼을 박탈시켰다. 그런 폭력적 착취물이다. 취약성을 이용하니까 피해자가 아동 청소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이 그런 짓을 많이 한다’ 등의 논란 발언은 ‘영리 목적이 없는데도 처벌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하다가 나온 발언들이다

“어떤 (성폭력 영상의) 상황에 연예인 얼굴을 삽입한다는 것은, 그 연예인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주는 거고, 몸이 된 사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걸 혼자선 만들 수는 있다고 보는 인식 자체가 누적되고 학습돼 지금의 상황에 온 것이다.

딥페이크는 그들이 말하는 ‘창의적인’, ‘호기심에 어린’ 창작물이 아니라 예비 범죄를 형성하는 과정의 하나다. 제작 자체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할 영역이다. 영리 목적이 아니라 처벌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면, 처벌을 할 것인지, 제재를 할 것인지,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올 것인지 보다 토론다운 토론을 했어야 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자리에서 발끈한 사람이 더 많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사람들이 속기록을 보고, 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발언자들이 사과는 하는데, 그 사과를 엉뚱하게 하고, 또 다시 사람들이 화가 나고. 이 사회적 에너지 낭비가 얼마나 심한가.”

-피해자들은 숨죽이고 있다.

“미투 운동을 하면서도 힘들었던 게 2차 피해다. 원 피해도 힘들었지만 2차 피해도 못지 않다. 김지은씨를 대리할 때 2차 피해가 너무 심각했다. 허위 사실을 생산하는 사람, 사적 정보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 모욕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 대부분 모욕죄 등으로 조건부 기소유예, 벌금형을 받았다. 달리 처벌할 근거도 없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를 지원할 근거도 너무나 없다.”

-피해자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하나.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적극 취할 근거가 없다. 지원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삭제도 국가기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사기업에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왜 할 수 없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제재하는 덴 한계가 있겠지만 국가의 책임은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사건이 시험지라고 했던 것은 사회 인식과 성평등 지수가 높아지는 것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입성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꽤 외로울 수 있다.

“현장에서 해 온 경험이 밑천이라고 생각할거다. 선언적이고 당위적으로 말하지 않고 많은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다. 비판적 어조를 넘어서 전달하고 싶다. 현장에서 함께 울고, 화내고, 분노하고, 한탄했던 많은 분들이 제게 들려준 이야기를 혼자 가지고 있을 순 없다. 그걸 대리하고 대변해야 할 책임이 제게 있는 것 같다. ‘또 페미니스트 나셨네’라는 비아냥도 있을 수 있다. 다 뛰어 넘어서 국회가 시선을 더 아래로 아래로 향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 될지는 모르겠다.”

-그 밖에 과업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장애인이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싶다. 낮은 위치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민권자로서의 모습이 법안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다.

또 낙태죄 폐지 위헌 판결이 1년이 되어 가는데, 특히 관련법을 마련할 때 장애가 있는 여성이 자신의 임신중지를 잘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와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주시하려 한다.

할 수 있다면 다양성의 정치, 공감의 정치, 진보의 정치라는 꿈을 위해서 현장과 함께 하고 늘 사과하고 개선하는 정치를 해보려 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