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와 마스크 없이 대화 잦아… 지도부ㆍ거물급일수록 원칙 안 지켜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종로 무악동 유세장에서 만난 어린이와 포옹하고 있다.(왼쪽 사진) 황교안(가운데 사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3일 종로 창신동에서 만난 시민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같은 날 광주 송정시장에서 만난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ㆍ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4ㆍ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여야가 화려한 로고송과 율동이 없는 ‘조용한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부가 권고한 ‘2m 간격 유지’ 룰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후보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유권자와 대화하거나 맨 손 악수, 포옹까지 하면서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정치권의 무방비 선거운동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식 선거운동 나흘째인 5일, 전국에서 거리 두기 없는 유세 장면이 쉽게 목격됐다. 총선 결과에 정치적 미래가 달린 여야 지도부와 거물급 인사일수록 그랬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5일 종로구 무악동 유세장에서 만난 어린이와 포옹했다. 이 위원장과 어린이 모두 마스크를 낀 상태였지만, 2m 간격을 유지하라는 정부 권고에는 어긋난다. 이 위원장은 유세 이동 중에 마스크를 끼긴 했으나, 유권자와 대화를 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는 마스크를 벗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지난 3일 강원 춘천 제일중앙시장 지원 유세 때는 이 위원장이 맨 손으로 시장 상인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다.

미래통합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통합당의 종로 후보인 황교안 대표 역시 5일 종로구 숭인근린공원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시민과 포옹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황 대표는 마스크를 썼지만 코를 절반쯤 내놓은 상태였고, 시민은 쓰지 않은 채였다. 충청지역 지원 유세 나선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유세 차량에 올랐고, 함께한 후보들도 모두 제대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충북 청주흥덕에 출마한 정우택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국가감염병 방어체계 수립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일 광주 송정 오일장에서 만나 시민과 스스럼 없이 포옹을 하는가 하면, 시민들과 맨 손으로 양 손뼉을 부딪히는 이른바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여야는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대책회의도 연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10일 남짓 앞둔 상황에서 “거리 두기 선거 운동은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가 연기되지 않는 한, 후보자 입장에선 방역보다 한 표가 우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한 수도권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에는 피할 방법이 없다”며 “상대 후보는 밀착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만 거리 두기를 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공직선거법에 ‘감염병 위기 때 밀착 유세’를 금지하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유권자의 만남을 보장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밀착 유세를 선거법으로 규율하거나 적용하기엔 무리다. 정당과 후보자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대전=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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