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8,000명 가운데 60% 이상이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워싱턴ㆍ뉴욕ㆍ미시간주(州) 등 집중 발병지역에서 남성 확진자 수가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최대 감염지역인 뉴욕시에선 전날 기준 입원환자의 59%, 사망자의 62%가 남성이었다. 다만 주마다 상황이 달라 감염자의 성별 격차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WP는 덧붙였다.
사실 남성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월 말 중국 연구진을 인용해 “사망자의 70%가 남성이고 특히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 남성의 치명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 CNN방송은 영국 연구진과 11개국의 사망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치명률이 많게는 두 배 이상 높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탈리아ㆍ덴마크에서는 남성 사망자가 전체의 71%로 여성(29%)보다 2.4배나 많았다. 마르시아 스테파닉 영 스탠퍼드예방연구센터 교수도 “세계적으로 남성 치명률이 여성보다 3배 높다”고 주장했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각국 연구진은 남성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이유로 생물학ㆍ유전적 요인을 꼽는다. SCMP는 “여성이 면역체계 반응 정보가 입력된 X염색체와 성호르몬의 보호를 받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은 X염색체를 2개 갖고 있지만 남성은 1개뿐이다. WSJ은 “여성은 9개월간 몸에 외래 DNA를 품고 생명을 생산하기 위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생활습관의 차이도 거론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공중화장실 이용 후 손을 씻는 여성이 65%인데 비해 남성은 3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WSJ은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이 여성보다 5배 더 높다는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와 함께 “흡연자에겐 코로나19의 체내 세포 침입을 돕는 수용체가 더 많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라 하다디 미 마이애미대 중환자치료의학부 임상연구원은 “나라마다 성별 격차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다를 수 있고 직업 등 다른 데이터에 대한 추가 분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