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전자 ‘그랑데 AI’ UX 디자인 총괄 임경애 상무
삼성전자 ‘그랑데 AI’ 세탁기ㆍ건조기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총괄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임경애 상무는 “글로벌 사용자들의 행동을 3년 넘게 면밀히 연구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2020년형 ‘그랑데 AI(인공지능)’ 세탁기ㆍ건조기는 지난 1월 말 출시 이후 건조기 3만대, 세탁기 2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건조기의 경우 직전 신형 모델 대비 2배가량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전제품 수요 전반이 위축된 상황까지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그랑데 AI의 흥행 요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ㆍUX) 디자인이다. UX는 제품을 쓰는 과정 전반에서 겪는 경험을 일컫는 말로, 제품 사용자의 편의성과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UX 디자인의 역할이다. UX에 대한 호평은 회사가 기대했던 바이기도 하다. 그랑데 AI는 개인 맞춤형 가전을 추구하는 ‘프로젝트 프리즘’ 제품군의 두 번째 결실인데, 지난해 6월 출시된 제1호 제품 ‘비스포크 냉장고’가 ‘감성의 혁신’을 표방한 데 비해 그랑데 AI는 ‘경험의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랑데 AI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아래로 한데 설치하는 경향을 반영, 일체감 있는 디자인과 함께 세탁기 제어판으로 상단 건조기까지 조작할 수 있는 ‘올인원 컨트롤’ 기능을 갖췄다. 또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자주 쓰는 코스를 기억했다가 우선 추천하는 ‘AI 습관기억’, 빨래량과 오염도를 감지해 세제량이나 헹굼횟수를 조절하는 ‘AI 맞춤세탁’, 기온 습도 미세먼지 등을 감안하는 ‘맞춤코스 추천’ 기능도 호평 받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UX혁신그룹장으로 이번 제품의 UX 디자인을 총괄한 임경애(45) 상무는 “3년 이상 전세계 세탁ㆍ건조기 사용자의 행동과 습관을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해 최적의 UX를 찾아낸 결과”라고 자부했다. 지난 1일 서울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의 프로젝트 프리즘 전시장에서 진행된 임 상무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사용자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주요 6개국 4,190명을 상대로 세탁기 및 건조기 사용 경험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696명은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했고, 미국ㆍ영국에 사는 12명은 집을 찾아가 기기 사용 행태와 습관을 관찰했다.”

-어떤 분석 결과를 얻었나.

“빨래는 빨리 끝내고 싶은 가사노동이라는 점이다. 추운 베란다에서 어떤 세탁코스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걸 좋아하는 사용자는 없다. 이를테면 쇼파에 느긋이 기대앉아 들여다보는 스마트폰과는 사용 경험이 전혀 다른 것이다. 서구를 시작으로 세탁ㆍ건조기가 보급된 지 100년이 넘었고 그만큼 기능도 다양화했지만 막상 사용자의 68%는 표준코스만 쓰고 있었다.”

-이런 결론이 제품에 어떻게 반영됐나.

“사용되지 않는 기능을 과감히 줄였다. 덕분에 제어판을 슬림하게 디자인해 심미적 아름다움을 높일 수 있었다. 나아가 사용자가 고민 없이 기능을 선택하고 잘 작동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AI 기술 기반의 ‘습관기억’ ‘맞춤세탁’ ‘맞춤코스’ 기능이 최적의 코스를 추천한다. 사용자 앞에 다양한 선택권을 펼쳐놓는 대신 딱 맞춘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원화된 AI 기술이 적용됐다고 들었다.

“온디바이스(On-device) AI는 기기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기능을 진화시키는 기술로 ‘습관기억’ 기능이 대표적이다.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작동한다. 클라우드(Cloud) AI는 중앙컴퓨터(클라우드)가 각 기기에서 수집한 방대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그랑데 AI에 와이파이(무선인터넷)를 연결하면 날씨나 미세먼지 농도에 맞는 코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UX 디자이너 입장에서 AI 기술은 상상만 하던 것을 실현해주는 강력한 도구다.”

-가전제품 UX는 어떻게 진화할까.

“생활가전은 기본적으로 가사노동을 돕는 기기인 만큼 UX 디자인은 사용자의 수고를 덜고 편안함을 선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생각해보자. 탑승자가 운전은 물론 정면을 응시할 필요도 없어지면서 대시보드 구성, 좌석 배치 등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나.”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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