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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정책선거] 도로ㆍ철도만 104조 쏟아붓겠다는 ‘공사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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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정책선거] 도로ㆍ철도만 104조 쏟아붓겠다는 ‘공사판 선거’

입력
2020.04.06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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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양당 묻지마 선심성 공약 홍수 

 중앙당 지역개발 공약 전수 분석... 경제성 낮은 낙제점 사업 수두룩 

4ㆍ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 지역에 “도로ㆍ철도를 깔아주겠다”며 공약한 개발 사업의 규모가 최소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우리나라 나라살림(본예산ㆍ512조원)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여야의 지역 토건 공약에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상당수 포함됐고, 재원을 조달할 방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정책 선거가 실종된 틈을 타 여야가 나랏돈으로 표를 사는 무책임한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식’ 선물 꾸러미만 與 31조, 野 72조 

본보는 5일 민주당과 통합당의 총선 공약집에 포함된 17개 광역자치단체 공약 중 도로ㆍ철도를 건설하는 내용의 지역개발 사업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양당이 제시한 지역개발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총 103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분석에선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받거나 통과해 사업이 이미 추진 중이거나 구체적 비용을 추산하기 어려운 공약은 제외했다. 또 중앙당과 별개로 지역구 후보자들이 자체 제시한 개발 공약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야가 남발한 토건 공약의 실제 소요 재원은 100조보다 훨씬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31조6,000억원 규모의 공약(13개)을 제시했다. △경북 영천~강원 양구 남북6축 고속도로(5조1,000억원) △전주~대구 고속도로(4조8,000억원) △충남 서산~경북 울진 중부권 동서횡단철도(4조8,000억원) 등이다. 통합당은 71조9,000억원 규모의 공약(34개)을 내놓았다. △경부선 대구 도심구간 전면 지하화(8조700억원) △삼척~제천 고속도로(4조7,102억원) △오송~청주공항~영덕 동서횡단철도(4조5,000억원)등이다. 여야 공통 공약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연장 및 엑스코선 신설(1조3,754억원) △인천~구로 제2경인선 광역철도(1조1,445억원) 등 8개에 달했다. 누가 원내 1당이 되든 8개 사업은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주요 지방 개발공약 및 사업비 추정치
주요 지방 개발공약 및 사업비 추정치

 ◇낙제점 판정 사업 다수… 재원은 ‘나 몰라’ 

양당의 ‘선물 꾸러미’에는 과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정을 받은 ‘낙제점’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통합당이 약속한 인천지하철 3호선 사업(1조7,711억원)은 인천시 자체조사에서 경제성(B/Cㆍ비용 대비 편익)이 0.29로 나왔다. 100원을 투자하면 29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B/C가 1을 넘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또 양당 모두 공약한 전주~대구 고속도로 사업(4조8,000억원)의 핵심인 무주~대구 구간은 2018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서 B/C가 0.23이었다. 신분당선 연장(용산~고양 삼송) 사업(1조6,532억원) 또한 KDI는 ‘경제성이 낮다’고 중간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통합당 후보 모두 대표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천문학적 사업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의 공약에 대해서만 소요 재원을 추계(4년간 99조원)했고, 통합당은 중앙ㆍ지방공약 모두 재원에 대해선 함구했다. 통합당은 “자녀세대에 대한 세금 폭탄을 막겠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이하로 묶는 공약을 밝혔는데, 실은 ‘이율배반’적 행보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또 통합당은 ‘정권 입맛에 맞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1월 문재인 정부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호 공약인 경북 김천~경남 거제 남부내륙철도 사업(4조7,000억원)을 비롯한 24조원 규모의 지역 SOC 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통합당 지역 공약의 상당수는 각 지역에서 “경제성은 낮지만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해 오던 사업이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최근 신분당선 연장에 대해 “(예타를) 완화할 수 있고, 또 면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유권자 환심을 사기 위해 비현실적 ‘매표(買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나라살림은 한정적이기에 재정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국회의 역할”이라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한 재정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무능력,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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