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주년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식이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문재인 대통령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작년에 비해 참석 인원이 대폭 축소 되었지만 엄숙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곳곳에 그림과 생화로 장식한 동백꽃 모습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헌화에도 동백꽃과 국화가 동시에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4ㆍ3 추념식에서 동백꽃이 주목을 받은 이유가 있다.
동백꽃은 예로부터 붉은색 꽃이 봉오리채로 떨어진 모습이 임금에게 직언을 했다가 목이 잘린 충신을 연상케 해 선비들이 동백꽃을 보며 슬픔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제주도는 섬 전체에 동백꽃 군락지가 많아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1992년 제주 출신의 강요배 화백이 4·3 희생자들을 위해 ‘동백꽃 지다’라는 동백꽃 그림을 연작으로 발표하면서 4·3 상징이 되었다. 이 화백은 이 그림을 그리기 전 차가운 눈 밭에 떨어져 있는 동백꽃을 보고 제주 곳곳에서 소리없이 희생된 도민들의 아픈 모습을 발견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4.3사건의 상징이 된 동백꽃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처음 참석한 2018년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동백꽃 추모배지를 제작해 배포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72회를 맞은 오늘 배우 정우성씨는 자신의 SNS에 제주 4·3 희생자들을 추모하자는 의미로 동백꽃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주를 연고하는 프로축구구단인 제주유나이티드 선수들도 가슴 한가운데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동백꽃 패치를 한 유니폼을 오늘부터 한달 동안 입는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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