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환자기록 볼 수 있게” 헬스케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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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환자기록 볼 수 있게” 헬스케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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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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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리포트] <36> 세나클소프트 위의석 대표

1세대 해커로 국내 IT산업 선도… 네이버, SK텔레콤 핵심서비스 개발

퇴사 후 ‘건강관리’ 스타트업 창업, 클라우드 연계한 EMR 6월 공개

“환자용의료관리 앱 ‘PHR’ 개발 중 고혈압 등 스스로 관리 가능해져”

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을 들여온 한국 인터넷의 대부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 그의 제자이며 국내 최초로 민간 인터넷서비스 업체 아이네트를 만든 세마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대표인 허진호 박사 등이다.

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IT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을 열거하면 빠지지 않을 그의 이력은 국내 인터넷 및 정보기술(IT) 산업과 궤를 같이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가 새로 시작한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네이버, SK텔레콤의 핵심 개발자를 거쳐 스타트업 대표가 된 1세대 해커

원래 위 대표는 1980년대 유명한 해커였다. 인터넷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기 전인 1980년대 말,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던 그는 학교와 국내 대기업 전산망을 해킹해 뒤집어 놓았다. 무엇을 노린 것이 아니라 그냥 호기심에 시도한 해킹이었다. 해킹 당한 기업들은 끝내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카이스트에서는 오히려 전산보안에 참여하라는 제의를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다녔던 위 대표는 1993년 벤처 1세대 기업 새롬기술을 창업했다. 새롬기술은 세계적인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보다 앞서 ‘다이얼패드’라는 일종의 인터넷전화를 선보인 곳이다. 하지만 친구인 오상수 사장 등과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이 달라 LG그룹(당시 금성소프트웨어)으로 이직했다.

LG에 다니던 시절 위 대표는 카이스트 선배였던 허진호 박사로부터 인터넷 기업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1994년 국내 최초의 인터넷서비스업체 아이네트였다.

아이네트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모르던 시절에 국제 전용선을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용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메일 계정을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업체였다. 당시 위 대표가 꾸었던 꿈은 현실이 됐다. “당시에 이 세상 모든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게임도 인터넷으로 하며 자동차와 TV, 시계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죽기 전에 왔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어요.”

당시 아이네트의 기술력은 일본 호주 등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로 탁월했다. 미국 PSI넷도 눈독을 들여 인수했으나 PSI넷이 파산하면서 아이네트도 사라졌다.

이후 위 대표는 20차례가 넘는 이직을 하며 다양한 국내 IT 기업들에 족적을 남겼다. 그 중에서 2006년에 옮긴 NHN(현 네이버)은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당시 네이버 검색 엔진을 개발한 NHN 창업멤버이자 카이스트 대학원 선배인 이준호 박사의 제의를 받고 이직한 위 대표는 네이버 도약의 발판인 검색광고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외국산 일색이던 국내 검색광고 시장에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며 네이버가 지금과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발판으로 위 대표는 2012년 23번째 직장인 SK텔레콤으로 옮겼다. 그는 당시 하성민 전 SK텔레콤 대표의 특별한 주문을 기억했다. “회사에 적응하지 마라. 다른 생각, 다른 시각, 다른 방법으로 깜작 놀랄만한 완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것이 하 전 대표의 당부였다.

그 결과 위 대표가 SK텔레콤에서 선보인 것이 바로 요즘 주목 받고 있는 ‘T전화’다. 여러 명이 동시에 통화하는 기능, 간편 착신전환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한 T전화는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 기본 제공되는 서비스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SK텔레콤은 재택 근무를 하며 박정호 사장 이하 임직원들이 T전화로 그룹 회의를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가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클라우드와 SaaS를 이용한 전자의료기록(EMR)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클라우드와 SaaS 이용한 전자의료기록 시스템 개발

2017년 SK텔레콤을 그만 둔 위 대표가 지난해 신생(스타트업) 기업 세나클소프트를 창업해 새로 도전장을 던진 분야는 건강관리(헬스케어)다. 이를 위해 우선 전자의료기록(EMR)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위 대표가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EMR이 너무 낙후됐다는 친구의 지적 때문이었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자료(데이터) 관리나 호환성에 문제가 많았다.

EMR이란 병원에서 의사들이 환자 인적 사항과 진료 기록을 입력 저장하는 의료 전산 시스템의 핵심 소프트웨어다. 국민건강관리보험공단은 전국 의원에 보급된 EMR을 통해 진료비 심사 청구를 진행한다.

문제는 보험료 수납과 지급을 위한 부분만 표준화 돼 있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아서 무려 180개 업체가 난립해 저마다 각기 다른 EMR을 만들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병원간 전산화된 의무 기록이 호환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컴퓨터(PC)와 스마트폰, PC와 PC 사이에도 호환되지 않아 의사가 퇴근하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진료 기록을 열람할 방법이 없다. “일부 EMR은 저장된 자료 검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는데도 의사나 병원, 환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 대표는 이 같은 문제점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지 않게 개발된 EMR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90% 넘는 병원과 의사들이 환자의 진료 기록을 병원의 각 개인별 PC에 저장해 놓습니다. 요즘 추세에 맞는 EMR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위 대표는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클라우드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이용한 EMR을 꼽고 있다. 클라우드와 SaaS는 모두 인터넷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 가능한 기기만 있으면 PC나 노트북, 스마트폰 등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클라우드와 SaaS를 이용한 EMR이 구축되면 의사는 언제 어디서나 진료 기록을 살펴볼 수 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 저장공간인 클라우드에 의료 기록이 저장돼도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 적용돼 개발업체인 우리는 볼 수 없습니다.”

EMR 보안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2017년 악성코드인 랜섬웨어에 감염돼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모두 날린 병원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기존 EMR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반증입니다. 이를 의사나 병원의 관리 소홀로 볼 수만은 없습니다. 관리를 탓하기 전에 EMR 자체에 탄탄한 보안 시스템을 적용하는 게 의사와 환자들을 위해 중요합니다.”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험료 심사 청구 기능도 편리하게 바꿀 계획이다. “우리가 개발하는 EMR은 의사들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재 70% 정도 개발했고 6월에 시험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는 “개인이 앱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병원은 EMR로 환자들과 소통하는 국민 주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기 인턴기자

앱으로 건강 관리하는 PHR 시대 연다

위 대표는 환자들을 위한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도 개발할 계획이다. 개인의료기록(PHR) 관리 시스템이다.

PHR은 병원의 EMR과 연동돼 병원이나 의사가 환자들에게 알려야 할 사항을 앱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병원은 진료 예약과 환자가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의무 사항 등을 앱으로 전달할 수 있다. 위 대표는 EMR을 우선 선보인 뒤 곧 PHR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PHR은 요즘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코로나19에 따라 병원 상황이 달라질 경우 이를 알릴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PHR은 환자들이 개인의 의료 기록을 앱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EMR과 연동해 앱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편리하겠죠. 또 의사가 내린 처방이 앱에 자동 저장되면 개인의 의료 기록 이력이 생기는 거죠.”

나아가서 PHR이 활성화되면 동네 병원과 연계해 개인 주치의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EMR과 PHR을 연동해 동네 병원이 가족들의 병력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EMR이 병원 경영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될 겁니다. 환자들이 PHR을 통해 병원에서 특별한 돌봄을 받는다고 느끼면 병원의 경쟁력이 올라가겠죠.”

“EMR과 PHR 이용한 국민 주치의 시대 도래할 것”

위 대표는 EMR 판매로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능이 뛰어난 EMR은 포털처럼 각종 부가 서비스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은 이런 쪽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MR로 돈 벌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데이터가 모여 있으면 이를 필요로 하는 병원과 제약사, 보험사들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할 수 있을 겁니다. 병원과 제약사, 보험사들이 임상실험과 보험 개발을 위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게 되죠. 이미 일부 보험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투자사들도 위 대표의 이 같은 계획을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투자사들은 위 대표를 비롯해 네이버와 SK텔레콤에서 핵심 서비스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포진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그 결과 카카오벤처스, 네오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두나무앤파트너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이 최근까지 총 70억원을 투자했다.

위 대표의 목표는 모든 국민들이 앱을 통해 의원들의 지원을 받으며 편안하게 건강관리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의사와 병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의술을 펼쳐 존경 받으며 돈을 벌고, 개인들은 자신의 건강관리를 믿을 수 있는 의사들에게 맡기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거죠. 그런 세상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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