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영화 애호가들은 괴롭다. 새로운 영화가 절실한 이들에게 수작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 통로를 소개한다. VOD에 물리고,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도 손이 더 이상 안 가는 이들, 특히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권한다.
◇한국고전영화 유튜브 계정
한국영상자료원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326편의 한국 고전영화가 있다.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 ‘서편제’ ‘짝코’, 김기영 감독의 ‘만추’ ‘화녀’ 등 한국 영화사나 다름없는 감독들의 작품으로 빼곡하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같은 대중적인 영화도 있다. 영화 애호가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채널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만큼 무료다.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이전 감독들이 어려운 산업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노작을 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추천한 7편의 한국영화’처럼 여러 코너를 만들어 놓아 나름 큐레이션 기능까지 갖췄다. 신성일 김지미 신영균 등 전설이 된 스타들의 젊은 시절 모습과 한국 사회의 시대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건 덤이다. 고전영화에만 집중돼 있어 구성이 단조롭다는 점이 단점이다.
◇세계의 우수 단편을 맛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우수 단편영화를 무료로 공개한 곳이 여럿 있다. ‘단편영화의 칸’이라 불리는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영화제가 대표적이다. 영화제가 3일(한국시간)부터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 오전 1시에 단편영화 4편씩을 트위치를 통해 공개한다. 세계 최고 단편영화제가 추천하는 영화들이라 완성도는 일단 믿고 봐도 된다. 단점은 실시간 스트리밍이라는 점. 생방송이나 마찬가지라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오픈컬처닷컴 홈페이지(openculture.com)에서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영화 66편(수상작 포함)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 등 실험성과 재치가 두드러지는 다양한 작품들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의 보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세계 최고 최대 다큐멘터리 축제로 꼽힌다. 매년 11월 열리는 이 축제는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맞아 일찌감치 대중과 호흡하려 한다. 세계 우수 다큐멘터리 300편 가량을 지난달 17일부터 영화제 홈페이지(idfa.nl)에 공개하고 있다. 모두가 무료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모습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약간의 이용료를 내면 500편 정도를 추가로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마니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창고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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