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많아도 4인가구와 같은 100만원… 美는 일부구간 급여 깎아 소득역전 방지
윤종인(오른쪽)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3일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 기준은 형평성보다 긴급성에 무게를 뒀다. 이로써 기준에 아쉽게 못 미처 지원에서 배제되는 사람들과 맞벌이, 다자녀 가구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원 대상에 가까스로 포함된 사람과 아쉽게 탈락한 사람들 사이에 소득 역전이 생기게 됐다. 정부의 선정 기준에 따르면 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이 23만7,652원 이하(직장가입자 기준)인 4인 가구는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는다. 세전 월급이 712만원인 홍길동씨는 건보료가 23만7,450원이므로 재난지원금 수급 대상이다. 반면 월급이 713만원인 임꺽정씨는 월급이 고작 1만원 더 많지만 건보료가 23만7,780원이어서 수급 자격이 없다. 평소 같으면 임씨 연 소득이 홍씨보다 12만원 더 많아야 하지만, 올해는 재난지원금을 받는 홍씨 연 소득이 임씨보다 88만원 더 많아지는 소득 역전 현상이 생긴다. 이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제도에서 수급자 중 소득이 비교적 높은 사람은 급여를 덜 주는 감액 구간을 둬 소득역전을 막는 이유이다. 재난지원금에 감액구간을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임호근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장은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 번 주고 마는 재난지원금에 소득역전 방지 장치까지 두는 것은 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소득 9만9,000달러 이하 국민에게 1인당 최대 1,200달러(약 148만원)를 주는 내용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내놓은 미국 정부는 역전 방지 장치를 뒀다. 수급자의 소득이 7만5,000달러에서 100달러가 초과할 때마다 급여를 5달러씩 깎아 9만9,000달러에 가까워질수록 지급액이 0에 가까워지게 한 것이다.

맞벌이ㆍ다자녀 가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4인 이상 가구이면 가구원 수가 아무리 많아도 재난지원금을 4인 가구와 동일하게 100만원에 묶었다. 자녀가 많거나 노부모를 부양하며 사는 대가족은 가구원이 많을수록 한 명당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정부는 성인 1명당 1,200달러를 주고, 16세 이하 미성년자는 500달러를 주는데 대가족일수록 유리한 방식이다.

건보료로 수급자의 소득을 추정하는 모든 사회서비스 복지는 건보료 산정시 한 가구의 건보 가입자가 여러 명일 때 이들의 건보료를 단순 합산하도록 한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는 둘 중 소득이 적은 사람의 건보료를 50% 감경한 뒤 합산하게 한다. 보육료 등 지출이 많은 맞벌이 가구를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은 다른 사회서비스 복지와 달리 맞벌이 부부도 건보료를 단순 합산하게 했다.

직장가입자는 건보료 계산시 근로소득만 반영할 뿐 주식 배당이나 이자ㆍ임대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과 같은 기타소득은 연간 3,400만원 이하이면 건보료를 추가로 부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건보료만으로 소득을 추정하는 이번 재난지원금은 월급 외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불리하고, 월급 외 부수입이 많은 이에게 유리하다.

문진영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긴급한 상황에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에 지나치게 정교함을 요구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면서도 “소득을 구분해서 지급 대상을 나누는 한 항상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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