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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폭주 보건소 대신 환자 진료하다… 의료인 첫 코로나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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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폭주 보건소 대신 환자 진료하다… 의료인 첫 코로나 사망

입력
2020.04.03 18:25
수정
2020.04.04 00: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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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60세 내과 의사, 확진자 2명 진료 후 감염

경북대병원 의료진들이 음압격리병상에서 PAPR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제공
경북대병원 의료진들이 음압격리병상에서 PAPR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제공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돼 투병하던 의료인이 처음으로 사망했다. 경북 경산에서 내과를 운영하던 이 의사(60)는 신종 코로나 업무로 일반환자를 받지 못하던 경산시보건소를 대신해 지정병원으로 진료 중 희생돼 주변의 가슴을 태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을 몰랐던 환자와 접촉해 안타까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3일 경산시보건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환자가 붐비던 2월말쯤 업무 폭주 상태였던 보건소를 대신해 일반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경산시보건소가 이 내과의 협조를 얻었다. 당시 이 의사는 보건소의 요청을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흔쾌히 수용했고, 보건소에서 진료하지 못하는 일반환자를 진료하다 이 같은 변을 당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주민의 건강을 지키며 인술을 펼쳐온 훌륭한 의사였다”며 열악한 조건에서 악전고투한 고인을 추모했다.

대학이 밀집해 있고 대구와도 붙어있는 경산은 당시 신천지 신자들의 활동으로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경산은 3일 현재 확진자가 622명이나 발생해 대구 다음으로 큰 피해 도시로 꼽히고 있다.

안경숙 경산시보건소장은 “대구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가 한창 경산으로 옮겨오던 터라 보건소가 감당할 수 없었던 일반 환자를 내과 2곳으로 보냈다”며 “평소 잘 모르고 지내던 그 의사께서 환자를 받아줘 너무 고마웠는데, 속상하고 안타깝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의사는 이날 오전 9시52분쯤 경북대병원에서 입원치료 중 숨졌다. 이 의사는 지난달 18일 발열과 기침 등 의심증상을 보여 경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기저질환으로 당뇨와 고혈압이 있던 의사는 폐렴 소견으로 입원했으며 콩팥기능이 떨어져 24시간 신장투석을 하는 지속적신대체요법(CRRT)과 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치료를 받았다. 1일에는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스텐트 삽입 치료도 받았으나 회복되지 못해 결국 숨졌다.

역학조사 결과 이 의사는 지난 2월 26일 자신의 의원에서 가벼운 감기 증세를 호소한 52세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이날 내과를 찾은 데 이어 같은달 26일, 29일, 이달 3일, 4일 경산의 각각 다른 약국 4곳을 찾았으며 6일 자택에서 신종 코로나 방문검사를 통해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월29일에도 또 다른 확진자가 이 내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

이 의사는 2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을 보이다 경북대병원을 찾은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에 따르면 이 의사는 환자와 접촉한 후 폐렴이 발생했고 합병증이 심해졌다. 김신우 단장은 “의사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숨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의료진들이 환자로부터 노출이 쉬운 환경에 있어 스스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는 4일 낮 12시부터 1분간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전국 13만 회원에게 진료실과 수술실, 자택 등 있는 자리에서 동참을 당부했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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