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ㆍ채널A 측에 자료 제출 요청… 기자-檢간부 협의 드러나면 정식감찰
검찰과 언론이 힘을 합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약점을 캐내려 했다는 ‘검찰-언론 유착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이 방송사 측에 기자와 검사가 나눈 대화가 담겼다는 녹취록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진상 파악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지 이 사건을 수사로 전환할 명분이 약한 상황에서, 민간사업자인 방송사 측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검찰의 사실관계 확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의혹을 보도한 MBC, 의혹이 제기된 기자가 소속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 측에 검ㆍ언 유착 보도와 관련된 녹음 파일, 촬영물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앞서 MBC는 채널A 소속 A기자가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대주주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접근해 유 이사장과 관련된 제보를 받으려 했고, 검사장과 협의해 이 대표에게 ‘플리 바게닝’(다른 사람의 죄를 증언해 자기 형량을 낮추는 것)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기자는 이 전 대표 측에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B검사장과 자신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제시하고, 녹음 내용도 들려줬다.
대검은 일단 해당 녹취록과 녹음파일을 확보해 보도에 등장하는 ‘검사장’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A기자가 실제 현직 검찰 간부와 통화를 했고, 유 이사장 수사와 관련돼 협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식 감찰로 전환해 해당 검사장을 직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널A가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공하지 않으면, 대검이 감찰 대상을 콕 집어 정할 수가 없어 진상조사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검의 진상조사가 주춤할 경우 법무부가 감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감찰규정을 개정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비위 혐의가 있음에도 검찰의 자체 감찰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거나, 비위를 은폐할 의도로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가 되지 않는 경우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제주 4ㆍ3 추념식에 참석한 뒤 제주지검을 방문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ㆍ언 유착 의혹 감찰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누구나 예외 없이 원칙대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의혹은 △실제 기자와 검사의 거래가 있었는지 △문제의 검찰 간부가 누구였는지 등 사건의 핵심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정치적 공방의 빌미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채널A 기자와 직접 만나고 이 사건을 MBC에 제보한 이 전 대표 측 인사가 여권 지지자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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