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담] n번방 사건으로 들통난 정치권 민낯 “국회도 공범” 비난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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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담] n번방 사건으로 들통난 정치권 민낯 “국회도 공범” 비난 자초

입력
2020.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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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금ㆍ신분증 인증 5단계 거치는데… 황교안 “호기심에 들어간 사람” 

 국회 청원 법사위 어렵게 올랐지만 딥페이크와 혼동 성범죄 무지 증명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입법을 촉구하며 1인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특히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성 착취를 해온 ‘n번방’ 사건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4ㆍ15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n번방 사건 방지 대책 등 여러 얘기들이 오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n번방 범죄 처벌과 관련된 일부 정치인의 설화도 있었다. n번방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과 2주도 남지 않은 선거에 미칠 영향 등을 알아보기 위해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 대응은 어땠나요. 특히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호기심에 들어왔는데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처벌 관련)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됐죠. 

연두 담쟁이(담쟁이)= 한마디로 들통이 난 것 같아요. ‘n번방,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라고 할 정도로 사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라는 반응이죠. n번방 사건 본질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애를 써도 호기심에 혹은 우연히 또는 실수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는 걸 알잖아요. 가입하는 데만 5단계를 통과해야 해요. 해당 방을 애써 찾아내야 하고, 돈도 송금해야 하고, 신분증과 얼굴을 인증까지 하지 않으면 가입이 안돼요. 미성년자 성 학대 영상을 보기 위해 이런 모든 행위를 우연히, 혹은 호기심에 들어갔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죠. 무엇보다 국민 상당수가 공분에 들어차 여러 주에 걸쳐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잖아요. 제1야당 대표가 이 정도로 사안에 무지하냐는 말이 나올 만 했죠.

광화문 찍고 여의도= 정치권이 n번방 사건에 진즉 대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왔죠. 지난 1월 ‘n번방 방지법’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1호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는데,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나서야 3월 초에 부랴부랴 해당 법안을 심사해 통과시켰죠. 정작 필요할 땐 무관심했던 여야가 법안을 늑장처리하고 그 책임을 서로 네 탓으로 돌리자 “국회도 공범”이란 비판이 나온 것이죠.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n번방 발언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n번방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국회 차원의 대응은 어떤 게 있나요. 

담쟁이= 일단 성폭력 범죄 관련 법정 형 강화를 할 수 있죠. 가해자들은 끊임없이 ‘야 이렇게 해도 우리 안 걸려’, ‘어차피 집행유예야’ 등의 대화를 나눴다고 하잖아요. 어떤 대목에서 입법 미비가 있는지, 혹은 법의 판단이 무른지를 정확히 알고 범행을 했다는 거죠. 사이버 명예훼손죄 처벌도 강화할 수 있고요. 범죄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무엇보다 관련 단체들은 가해자 검거를 위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원하고 있는데, 이런 점도 국회가 고민해 볼 여지는 있죠.

 돌아봐=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할까요. 

떡볶이 처돌이(떡볶이)= 민주당은 4ㆍ15 총선 이후인 5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긴 했어요. 하지만 정의당은 ‘용두사미’ 식 해결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죠. 선거 후 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제대로 진행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많아서 21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릉막걸리= n번방 ‘타깃’ 법안은 아니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은 이미 국회에 많이 발의돼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만 250여건에 달하는데요. 크게 △아동ㆍ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범죄 형량 강화 △성착취물을 이용한 여성 협박 처벌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의무 부과 등으로 나뉩니다. 물론 n번방 사태를 뿌리 뽑을 근본 해결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성착취물이 ‘음지’에서 유통되고 피해자가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있는 법안이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돌아봐= n번방 재발 방지 국회 청원이 법사위에서 성급하게 종결된 이유는 뭔가요. 

담쟁이=국회는 상임위 4곳에 이 청원을 회부했어요. 그 중 주도적으로 이 사안을 종합해 다뤄야 하는 곳은 법사위였고요. 그런데 국회 청원은 올해 처음 도입된 제도거든요. 청원이라는 것을 처음 다뤄보다 보니 법사위에서 그런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거죠. 오로지 법사위에 계류돼 있던 관련 법안만을 처리한 뒤 청원 안건을 종결했어요. n번방 사건에 대한 엄중한 인식도 부족하고 청원을 다루는 국회 의사소통 상의 구조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가능하죠.

오늘은 언해피핑크(언해피)= 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 심사 내용도 터무니 없이 부실했습니다. 법사위는 청원 내용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로 영상과 음성을 조작해 가짜 영상ㆍ음성을 만들어 내는 행위ㆍDeepfake)’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성폭력처벌법과 묶어 심사했어요. 딥페이크는 디지털 성 착취물을 만드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데 말이지요.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법사위 위원들이 ‘n번방’ 사건의 본질을 잘 알지도 못하며 졸속으로 청원을 처리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사이버성범죄 방지법 즉각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돌아봐= 당시 법사위 위원과 정부관계자 발언 자체도 문제였죠. 

담쟁이= 문제는 누구까지 처벌할지 토론하는 과정에서 터졌어요. 과연 ‘영리 목적으로’, 그러니까 이걸 팔아서 돈을 벌려고 만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똑같이 처벌할거냐를 고민하던 순간인 거죠. 법률가 출신의 경우 평소 여러 보편 사건에 대해서 ‘돈을 벌려고 한 게 아닌데도 처벌을 하다 보면 너무 많은 경우가 가해자로 지목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게 익숙한 일이긴 하죠.

언해피= “내가 자기 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는 것까지 (처벌로) 갈 거냐”는 정점식 통합당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논란이 되자 정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반포(유포)할 목적 없이 자신의 컴퓨터로 합성하여 영상 등을 소장함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전혀 없을 경우 처벌하는 것은 자칫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성적 대상이 되어버린 개인의 인격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 의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돌아봐= n번방 사건 이슈가 이번 총선 투표에서도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담쟁이= 성인지감수성에 예민한 유권자들이 자신의 한 표를 어느 당에 행사할지 고민한다면 영향을 줄 수 있겠죠. 무엇보다 가해자가 26만이라는 사실이 모두에게 주는 충격이 적지 않았죠. 피해자들은 대부분 착취와 협박에 취약한 미성년이었어요. 우리 사회의 가장 병적인 단면을 충격적으로 드러낸 이번 사건의 여파에 많은 분들이 깊은 죄의식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문제 해결 능력과 의지가 어느 쪽에 있는가를, 지금 유권자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거에요.

언해피=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난 일인 데다 20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젠더 이슈’이기 때문에 20대 여성의 표심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 정당은 관련 공약을 쏟아내며 20대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어요. n번방 사건은 반인륜범죄라는 점에서 여야를 달리할 쟁점 현안이 아닙니다. 각 당이 황교안 대표의 ‘호기심 발언’ 같은 낮은 성인지감수성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게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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