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교수 “혈장치료 받은 중증 환자 상태 호전”
혈장치료 2건 사례 논문 발표 예정… 혈장치료 핵심은 ‘중화항체’
혈장 내 있는 중화항체 바이러스 활성 저해… 완화자 혈장 확보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활용한 치료가 중증환자 치료와 사망자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일단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활용한 치료를 통해 신종 코로나 중증환자들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3일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완치자의 동의를 얻어 회복기 혈장을 기증받아 신종 코로나 중증환자들에게 혈장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기존 폐렴치료와 함께 혈장치료를 병행한 결과 염증수치가 감소되는 등 상태가 호전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혈장치료와 관련 구체적인 치료방법과 결과를 조만간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논문에는 혈장치료를 받은 중증환자 2명의 사례가 게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수단으로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의학계에서 혈장 내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중화항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이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나 독소, 효소 등의 생리활성 물질 등에 결합해 이들의 병원성이나 생물학적 활성을 저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이 중화항체를 갖고 있다는 가정 하에 완치자의 혈액에서 혈장만을 선택해 중증환자에게 수혈(성분수혈)을 실시하고 있다”며 “혈장치료는 아직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은 아니지만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사태 때에도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효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 중증환자 급증 등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 혈장치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방역당국이 지난달 31일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치료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침마련에 나서는 등 신종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 수단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혈장치료 활성화를 위한 조건도 제시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수가 아닌 다수 완화자의 헌혈을 통해 항체를 제공받아야 연구와 치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완화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완화자의 혈장이 충분히 확보돼야 혈장 속에 있는 중화항체를 중증환자들에게 부족함 없이 공급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혈장에서 항체 작용을 하는 면역글로빈을 추출해 치료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용 교수는 “혈장치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증자를 확보해 기증자로부터 제공받은 혈장을 혈액은행에 보관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 중증환자 급증 등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완화자의 혈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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