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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천의 함께하는 긍정] 부족함을 인정해야 진짜 리더다

입력
2020.04.0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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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 채우려는 의지가 희망의 출발

자기평가 냉철한 리더가 선순환 유도

총선 승리해도 겸허한 자기성찰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 배우한 기자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 배우한 기자

승자는 부족함이 없는 존재일까? 인간은 지위 고하, 부자ㆍ빈자, 승자ㆍ패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부족한 존재이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야말로 부족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간은 가상현실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소소한 일상생활에서도 어느 일에 집중하고, 어떤 가치에 집착하다 보면 다른 것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부족함을 잉태하게 된다. 어느 분야에서, 또는 어떤 측면에서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곰곰이 들여다보면 배우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 많다.

만일 인간이 하등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또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무하다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부족함의 여백이 존재하기 때문에 채우려는 욕구와 의지가 생기고, 이 욕구와 의지가 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점화(點火)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부족하다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며 이를 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인간 정신의 요체이고 새 희망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보충하고 치유하여 어떤 단계에 이르게 되면 다음 단계의 부족함이 또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부족함을 깨닫고 이를 채우려는 인간의 집념은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문명과 문화를 이룰 수 있었다.

미래를 꿈꾸는 청년학도들 역시 학업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가정환경이 여의치 않다고 한탄해서는 안 된다. 부족함을 찾아내고 이를 보강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의 여정이라는 믿음을 견지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은 사회적 역할이 크고 구성원으로부터의 기대가치가 높을수록, 보편적 공통 이익 실현의 책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체화되어야 할 조건이다.

조직과 기관을 이끄는 리더야말로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깨닫고 이를 보충하려는 노력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포용과 협력을 도모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또한 리더는 자신의 현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역량과 성과마저 새로운 역할에 직면할 때 또 다른 부족함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겸허함을 가지면서 냉철한 자기평가를 게을리하지 않는 ‘단호함’을 실천해야 한다.

리더가 결정권자로서의 우월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부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자신의 입장을 절제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스스로 부족함을 보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선순환을 자연스럽게 도모할 수 있다.

스스로 ‘A등급’짜리로 자처하는 리더에게는 실제로 A등급인 인재들이 자신들의 기본적 역량을 발휘하기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반면, 틀림없이 A등급인 리더가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낮추며 B등급으로 자처한다면 B등급의 인재들마저 A등급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가치 창출에 헌신할 것이다. 다수의 A등급 인재를 품을 수 있는 리더야말로 궁극적으로 진정한 A등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곧 총선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선출되는 국회의원들도 건실한 의정 활동수행을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고 스스로를 겸손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잘못 형성된 편견과 선입견을 시정함은 물론이고, 국정의 기본 흐름을 이해하고, 민의의 대변자로서, 그리고 원활한 국정 운영의 기여자로서의 역할에 매진해야 함을 원점에서 다짐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해당 정당의 ‘부족함’이 국민의 심판을 통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해석한다면 ‘아전인수’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오히려 승자로서 통렬한 자기반성을 기울이는 겸허함을 보이고 이에 기초한 혁신과 화합의 길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임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ㆍ전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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