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는 ‘악플 바이러스’] <4>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 
 10명 고소 조태양씨 “경찰서선 빌던 범인, 조사 후 잘 넘겼다 웃어” 
 윤상용씨 8년간 악플러에 선플 강의 “본인 행동이 범죄인지 몰라” 
악성 댓글로 피해를 입은 뒤 가해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던 유튜버 조태양씨가 지난달 30일 경기 광명시의 영상 촬영 스튜디오에서 자신이 운영 중인 인터넷 사이트(조군의 낭만공장 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다. 조씨는 아무 생각 없이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고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악성 게시글과 댓글(악플)은 피해자들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그들의 일상도 깨트린다. 심지어 누군가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러나 악플을 단 가해자(악플러)들은 이런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다. ‘그냥 그랬다’ ‘그만큼 상처가 될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일 뿐이다. 자신이 무심결에 내뱉은 한마디가 어떤 흉기로 돌변해 상대방을 해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면 꺼내지도 못할,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을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마구 쏟아낸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각자의 방식으로 ‘악플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자신에게 악플을 퍼부은 10여명을 고소해 법적 책임을 물었던 유튜버 조태양(34)씨, 악플러들을 상대로 ‘선플(착한 댓글) 교육’을 하고 있는 윤상용 푸른시대교육연구소 대표가 그 주인공들이다. “악플로 고통받는 사람이 더 이상 생겨선 안 된다”며 고심 끝에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은 악플 세례에 몸서리쳤던 경험담과 지난 8년간 가해자들을 지켜 보며 느낀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 놨다.

 ◇얼굴 없는 악플, 곧바로 파괴된 일상 

‘조립 컴퓨터 정보 제공’ 유튜버이자 관련 제품 판매도 해온 조씨가 참기 힘들었던 첫 악플을 발견한 건 2017년 3월. 그가 유튜브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불과 두 달 만이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해당 악플러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미성년자였어요. 제가 싫다는 이유 때문에 며칠 간격으로 꾸준히 악플을 달면서 괴롭혔는데,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죠.”

악플러는 유튜브 댓글창은 물론, 네이버 카페 등에서도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한다” “제발 이 새끼 어떻게 해 봐라” 등의 모욕적 댓글을 조씨에게 수없이 퍼부었다. 협박성 개인 이메일까지 보냈다. 조씨는 다른 악플러들이 쏟아 내는 각종 욕설과 성적 비하는 물론 “마포대교로 가서 자살해라”는 저주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를 통해 컴퓨터를 구매한 적이 없으면서도 ‘제품이 안 좋다’ ‘대응이 별로더라’ 등의 허위 사실을 퍼뜨린 사람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조씨는 몸과 마음에 병이 들었다. “일이 손에 하나도 안 잡혔어요. 그 사람은 나를 알지만, 나는 그를 전혀 모르잖아요. 계속 분노만 쌓였죠. 대상포진에 걸렸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수한 악플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고작 댓글 정도로 왜 그런 비극적 선택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이들이 많을 때에도, 한두 개의 악성 댓글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지거든요.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은 오죽할까요.”

 ◇고소로 맞대응, 눈에 띄게 줄어든 악플 

한때 조씨는 악플을 막으려고 3개월가량 댓글창을 막아 둔 적이 있다. 유튜버 활동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잘못은 때린 사람한테 있는데도,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자책하던 순간마저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구글에서 악플러의 아이디를 검색해 보면서부터다. 조씨는 “내게 악플을 달았던 이들이 어디에 어떤 글을 썼는지 다 찾아볼 수가 있었다”며 “그들은 어디에서든 욕을 했다. 나만 욕하는 게 아니었더라”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었다.

조씨는 ‘당신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적어도 이 사실 정도는 알려 주고 싶었다. 고소를 결심하게 된 이유다. 그는 2017년 말부터 지금까지 총 10여명을 모욕죄 등으로 고소했다. 오랜 기간 매우 악질적인 방식으로 악플을 달아 온 이들이 그 대상이었다.

‘댓글을 캡처해 두었다’고 알리자, 연락을 취해 온 가해자들도 있었다.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반응에 조씨는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달아도 되는 줄 알았다” “심심해서 그랬다”는 대답이 돌아온 탓이다. 악플러들은 ‘합의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조씨는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들의 합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가 고소를 취하해 줬던 가해자는 다름 아닌 미성년자였고, 그 부모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용서를 구했던 경우다. 공교롭게도 조씨가 가장 먼저 고소 대상으로 삼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조씨는 고소할 일이 발생할 경우, 웬만해선 합의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가해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찰서에선 ‘잘못했다’ ‘죄송하다’고 했던 악플러가 조사가 끝나자마자 웃으며 ‘잘 넘겼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 더욱더 사과를 받고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해자와의 합의에 실패하면 대부분의 가해자에겐 벌금형이 선고된다. 간혹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져 당장의 처벌을 면하기도 하지만, 5년간 수사기록이 남는 만큼 악플러의 손을 묶어 두는 효과도 있다는 게 조씨의 판단이다. “제가 고소까지 하게 된 건 악플을 참고 참다 결국엔 제가 죽을 것 같아서였거든요.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는 걸 보면서 위로를 받는 부분도 있어요.”

조씨는 악플 내용 소개와 함께, 고소장을 제출하려고 수사기관으로 향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수많은 악플러들에게 던진 경고였고, 이 방법은 꽤 유효했다. 악플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조씨는 “제 발 저린 이들이 ‘죄송하다’는 쪽지를 보내오기도 했다”며 “우리 눈앞에 있는 사람한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면서 댓글을 다는 문화가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플을 달았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악플 예방 교육을 하고 있는 윤상용 푸른시대교육연구소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악플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본인 글이 범죄인지 모르는 가해자 

피해자의 절박한 고통 호소에도 불구하고, 악플이 좀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상용 대표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걸 모르는 가해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악성 게시글ㆍ댓글 게시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나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라는 인식 자체가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는 뜻이다.

윤 대표는 특히 청소년의 경우, 이 같은 법적 문제 이전에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게 되는지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악플을 다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평소 쓰는 언어를 댓글로 썼을 뿐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인 거죠. 중ㆍ고등학생 때 아무렇지도 않게 욕설을 사용하는 언어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 학교 일선에서 사이버 윤리 강의를 해 오던 윤 대표는 2012년부터 서울과 경기, 충청 지역의 보호관찰소를 돌며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악플러들을 대상으로 ‘악플 예방’ 교육을 해 오고 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초범이고 사안이 경미한 경우,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정식 기소는 하지 않는 처분을 뜻한다. 예컨대 지난 2월 수도권의 한 보호관찰소에서 진행된 교육에는, 네이버 뉴스 댓글란에 “관종은 무시하는 게 답”이라고 쓴 27세 남성과 “개또라이”라고 적은 44세 남성 등이 참여했다.

악플을 달았다가 고소 당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20대 남성이 자필로 작성한 문서. 이 남성은 네이버에서 연예인 관련 기사를 보고 ‘관종은 무시하는게 답’이란 댓글을 작성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윤 대표는 강의에서 △악플을 달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법에 저촉되는 표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소개한다. 수사기록이 남아 있는 5년 내에 또다시 같은 행위를 하면 그때야말로 진짜 처벌을 받게 되니 주의하라는 취지다. 교육을 받는 악플러들의 반응은 다양하다고 그는 전했다. “억울해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한테 상처를 준 것 같다’며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사람도 있어요. 특히 ‘강의를 못 들었다면 얼마 못 가서 전과자가 됐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한 이도 있었어요.”

윤 대표는 악플의 폐해를 강조하면서 언어를 사용하기 전에 상대방이 혹시 고통을 느끼진 않을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플 공격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악플을 쉽게 달 수 없을 거예요. 타인에게 어떤 괴로움을 안기는지 모르니까 계속 쓰는 거죠. 유명인이라고 해도 ‘상처 받는 인간’이라는 점에선 똑같아요. 그 사람들이 돈이 많고 명예가 높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에게 악플을 달아도 되는 권리가 있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2월 윤 대표 강의를 들었던 40대 여성은 자신이 누구를 욕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네이버 뉴스에 악플을 달았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긴 했는데, 다른 댓글들을 보고 따라 쓴 것이며, 누구를 겨냥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별생각 없이 군중 심리로 악플 물결에 동참한 셈이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일단 내뱉고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면 뉴스를 보다가 욱하는 감정에 모욕적인 댓글을 올리는 식이다.

악플을 줄일 수 있는 건 ‘아름다운 언어 쓰기’ 운동이라는 게 윤 대표의 믿음이다. 그가 교육을 마무리하면서 늘 선플 달기, 고운 말 쓰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때마다 보여 주는 영상도 있다. 이른바 ‘밥 실험’ 영상이다. 유리 용기 두 개에 흰 쌀밥을 넣어 두고 한쪽은 “고맙습니다”와 같은 긍정적인 말을 하고, 다른 쪽엔 “짜증 나”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는 실험이다. 한 달이 지나자 칭찬을 남긴 쪽엔 구수한 냄새가 나는 뽀얗고 하얀 곰팡이가 생겼고, 반대로 짜증을 낸 쪽엔 고약한 냄새의 시커먼 곰팡이가 나타났다. “안 좋은 말을 쓰면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끼치지만, 결국은 본인도 그런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거잖아요. 평소 쓰는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기 위해 그 영상을 시청하도록 합니다.”

4시간의 강의가 끝나면 교육생들에게 과제도 준다. 지금까지 남긴 댓글을 확인해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삭제하도록 하는 일이다. 과거 달았던 댓글로 고소를 당하고, 기소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제를 내 주고 강의를 끝내면서 ‘이제 꽃길만 걸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면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악플러들도 수사를 받으면서 전과자가 될까 봐 나름 마음고생을 했다는 거죠.”

최근 5년 간 모욕죄로 처벌된 주요 악성 게시글ㆍ댓글 사례. 그래픽 신동준 기자
 ◇혐오ㆍ비하 표현들, 법원서 줄줄이 유죄 

윤 대표는 “악플을 크게 줄이는 비결은 문제가 될 법한 표현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성에 대한 고려 없이 게시글이나 댓글을 남기는 악플러들이 많은 탓이다. “주변에 ‘기레기라는 표현을 쓰면 걸릴까요’라고 물으면 ‘흔히 쓰는 표현 아닌가요’라는 답이 돌아와요. 하지만 그런 표현을 댓글로 썼다가 저를 만나게 된 분들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해요.” 단어 그 자체에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의도가 포함돼 있을 땐,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다.

한국일보가 지난 한 달간 분석한 2015~2019년 악플 관련 확정 형사사건 판결문 1,401건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2016년 ‘불펌짱(인터넷상에서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무단 게시하는 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쓴 악플러가 처벌을 받은 일이 있었다. 서울남부지법은 네이버 카페에서 “불펌짱 아직도 인기 살아 있나”라는 댓글을 작성한 A씨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하며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불펌짱’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었다.

‘무뇌아’라는 댓글도 마찬가지다. 2015년 의정부지법은 네이버 카페에서 “뇌가 없는 사람이야, 무뇌아”라는 댓글을 올린 B씨에게 벌금 30만원 판결을 내렸다. ‘무뇌아’라는 표현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등을 고려했을 때, B씨가 모멸적 표현을 사용해 피해자를 인식공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전)라디언’이라는 표현에 대한 법원 판결은 주목할 만하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은 페이스북에서 특정인을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라디언’이라고 언급한 C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호남 지역 출신자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전라도 출신자를 비하하고 차별하려는 의도에서 사용된 악의적인 말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재판부는 “미국 사회에서 아프리카 출신자들을 비하하는 용어인 ‘니그로(negro)’ 또는 ‘니거(nigger)’라는 표현에는 ‘검다’라는 의미를 넘어, 경멸의 뜻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 대표적 금기어가 됐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강보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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