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는 100% 실기시험으로 치르는데, 온라인으로 이론 가르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3일 수도권의 예술고 무용교사 A씨는 정부의 온라인 개학 지원 방안에 냉소했다. 지난달 31일 교육부는 전국 온라인 개학 일정을 발표하며 실습 위주의 특성화고ㆍ예체능 학교에 등교 출석이 가능할 때 실기를 몰아 가르치는 ‘집중이수제’를 활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A씨의 학교는 9일부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학생들이 집이나 개인 연습실에서 화상수업을 들을 텐데 넓을 장소일수록 활동적인 동작이 가능하다. 집안 형편 따라 수업격차도 벌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온라인 개학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성화고, 예체능 학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지원안이 인문계학교 중심으로 짜여 이들 학교는 학교나 교사 개인이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개학을 발표한 다음날인 1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위한 대책 마련을 부탁드린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발표하며 온라인수업 방식을 △쌍방향 수업 △EBS 강의 등을 통한 일방향 수업 △과제형 수업 등으로 진행하라고 안내했다. 실기 위주 학교들이 직면한 문제는 대다수 인문계 학교가 선택할 ‘일방향 수업’ 콘텐츠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김화영 화곡보건경영고등학교 교사는 “EBS 수능특강 같은 콘텐츠가 특성화고에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직업교육 관련 기관과 협의해 온라인 콘텐츠 1만7,000여개를 안내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보건 분야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 인증을 받은 콘텐츠는 없다”고 지적했다. 화곡보건경영고는 대형병원의 교육영상을 참조해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물을 제작하고 있다.
예술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도권 예술고등학교의 음악교사 B씨는 “학교에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안내만 받은 상황”이라며 “전공과목 온라인 수업을 강행하면 실시간 화상 수업이나 연주 장면을 영상으로 제출하는 과제형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예술고등학교 교사 C씨는 “온라인 개학 직후 이론수업을 하면서 다른 학교 사례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과 예술고에 출강하는 음악교사 D씨는 “화상수업을 할 때 ‘시차’가 발생한다. 피아노 반주 없이 성악 수업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일부 전공의 경우 사교육시장의 쏠림 현상도 감지된다. 발레학원을 운영하는 강사 E씨는 “원격수업이 계속되면 사교육을 덜 받기 위해 예술중학교에 진학한, 예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피해가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콩쿠르 역시 무기한 연기된 만큼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실기 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못할 경우 자격증 취득, 취업, 입시 등 진로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관련 정부가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 및 규정을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화영 교사는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실기 수업 시수를 줄이거나 자격 시험일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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