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21만ㆍ사망자 5000명 넘어
총기구매 신원조회 사상 최고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사망자가 5,000명대에 올라선 가운데 각지에서 산소호흡기와 마스크 등 의료장비 부족을 호소하지만 연방정부의 비축물량도 거의 소진돼 위기감이 크다. 미국이 의료시설 수용 능력 포화로 사망자가 속출한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일 오후 11시30분(현지시간)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1만6,515명, 사망자는 5,119명이었다. 지난달 19일 1만명을 넘었던 확진자가 2주도 안돼 20배 이상 급증했고, 10만명에서 21만명까지 증가하는 데에는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근엔 매일 2만명 이상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최대 발병지역인 뉴욕주(州)는 확진자 수(8만4,025명)에서 단독으로도 중국(8만2,394명)을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국토안보부 당국자를 인용해 “연방정부가 비상용으로 비축한 의료장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지는 “미국 업체들이 생산한 마스크 2억8,000만개 대부분이 수출되고 있어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이 더 비싼 값에 마스크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의료장비 및 병상 부족 등으로 사망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와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확진자 11만여명 중 사망자가 1만3,000여명으로 치명율이 10%가 넘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CNN방송에서 “지금으로선 이탈리아가 미국과 가장 비슷한 지역”이라고 토로했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미국 내 사망자를 10만~ 24만명으로 추정했다.
국방부는 사망자 증가에 따른 영안실 부족 상황을 대비해 전시에 사용되는 시신보관용 가방 10만개를 민간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뉴욕시의 경우 영안실이 부족해 시신을 임시로 보관하는 냉동트럭 85대가 투입된 상태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날 현재 전체 미국인 90%가 자택대피령 대상에 포함됐다고 CNN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연방정부 차원에선 자택대피령 대신 집중발병지역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 중단 방침을 밝혔다. 그는 “모든 항공편을 멈추면 산업을 짓누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총기 구입도 급증하고 있다. 총기 구입 지표로 이용되는 총기구매 신원조회가 지난달 37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늘었다고 CNN 등이 전했다. 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범죄경력조회시스템을 구축한 1988년 이래 최고 수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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