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 ‘맏형’ 추신수(38ㆍ텍사스)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생계 지원금을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발산했다.
AP통신, ESPN 등 현지 언론들은 2일(한국시간) “추신수가 텍사스 구단 산하 마이너리거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약 123만원)씩 기부했다”고 전했다. 총액만 19만1,000달러(2억3,600만원)에 달한다. 매체들은 또한 추신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 받는 대구시에 성금 2억원을 기부한 사실도 전했다.
추신수가 마이너리거들을 위해 선행을 베푼 사실이 알려지면서 찬사도 이어졌다. 보스턴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피트 에이브라햄 기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농담이 아니라 메이저리그(MLB)는 추신수를 이 주의 아메리칸리그 선수로 선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텍사스 투수 제임스 존스는 추신수를 ‘퍼스트 클래스 가이(First-class guy)’라고 표현하며 “평소 모습과 어울리는 행동이라 이번 선행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투수 오스틴 비벤스-덕스 역시 “함께 지냈던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한 명”이라며 “추신수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을 돕는다”고 칭찬했다.
미국 텍사스주 사우스레이크에 있는 자택에 머물고 있는 추신수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도 7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며 “15~20년 전보다 마이너리그 시스템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모든 게 어렵다. 특히 금전적으로 힘들다”고 지원 배경을 밝혔다. MLB닷컴에 따르면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시절인 2005~2007년 시애틀 산하 트리플A에서 주급 350달러(43만원)를 받아 생계를 유지했고, 매일 지급되는 20달러 식비를 아껴 아들의 기저귀를 샀다.
추신수는 지난달 중순 스프링캠프가 중단된 직후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돕는 방안을 놓고 아내와 상의했다고 전했다. MLB는 시즌이 중단되면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최대 주급 400달러(50만원)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대다수 선수가 생계를 위협받아 다른 부업을 찾고 있다.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 팀 내 최고 연봉 2,100만달러를 받는 추신수는 “20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지금은 야구 덕분에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돌려줄 때다. 힘들게 운동하는 선수들을 돕는 건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급 선행’으로 미국 주요 언론을 장식한 추신수는 코로나19에 둔감한 미국 국민들에게 쓴 소리를 했다. 추신수는 이날 지역 일간지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는 건 사람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바깥을 돌아다닌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만 머물다가 장을 보기 위해 잠시 외출했던 추신수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는 걸 목격하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의 상황이 왜 괜찮은지 아느냐”고 반문한 뒤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집에 머물러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모님도 한 달째 집에 머물고 계신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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