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

 
 #정치혐오 부추긴 위성정당 꼼수 
 ‘47석 비례로 연동형 무의미’ 다 알았다 
 국회 300석 묶어두고 비례 확대 어려워 
 
 #4ㆍ15 총선에 미칠 여파는 
 정치적 기억력 6주… 위성정당 잊을 것 
 투표율 낮으면 정당들 기고만장 뻔해 
 
 #선거제 어떻게 바꿔야 하나 
 정당 목표 의석뿐… 가능한 건 병립형 
 선거제 개혁으로 정치 바꿀 기대 말아야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본보 김희원 논설위원과 만나 선거법 개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애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코로나19 위기에도 21대 총선전의 막이 올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 선거제가 위성정당 파동으로 얼룩진 채다. 선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사실만 선명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선거제 개선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2일 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정책 비교도, 인물 대결도 눈에 띄지 않는다. 불법과 편법 사이의 위성정당 이슈만 시끄럽다. 총선 어떻게 보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으니 이제는 다를 것이다. 여야가 경제 지원책을 내놓았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쟁을 벌일 것이다. 결국 코로나 대응과 경제 위기가 이슈다. 위성정당 때문에 정치 혐오가 커지기는 했지만 이것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치적 기억력은 6주라는 말이 있다.”

-위성정당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당시 예상과 달리 제3당, 다당제가 부상하기는커녕 거대 양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그런데 위성정당이 없었어도 1987년 이후 우리 정치는 기본적으로 양당제였다. 정당이 몇 개가 등록돼 있든, 2개의 유효 정당(정당 체계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정당)이 의석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서로 정권을 주고받는 체제다. 민정당과 3김의 야3당이 국회를 분할한 1988년 13대 총선만 예외였다.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이전에 제3당 실험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었다. 그런 국민의 선택을 정당 스스로 차버렸다. 국민의당이든 바른미래당이든 제1당에 합칠까, 제2당에 합칠까만 고민했고, 그렇게 사라졌다. 해외에 머물 게 아니라 4년 내내 국민 속에서 지지 기반을 키웠으면 될 일이지 왜 합당을 하나. 선거와 지원금 등 제도적으로 거대 정당에 유리한 환경인 것은 사실이나, 유권자 선택을 받아도 정치인 스스로 다당제를 내팽개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성정당 등록을 불허하기는 어려웠다고 본다. 헌법이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니. 그러나 선관위가 위성정당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 지도부를 갈아치워 공천 명단을 바꾸고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특정인 공천을 요구했는데도 선관위가 문제없다고 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불어시민당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석했으며 △위성정당이 모정당으로부터 선거 비용을 차입할 길까지 열어 주었다. 선거법ㆍ정당법ㆍ헌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 선관위의 직무유기 아닐까.

“위성정당 행태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정당 정치의 퇴행을 보여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관위가 헌법과 법률을 따르지 않고 자의ㆍ편파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황 대표의 공천 요구는 실제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소명이 될 것이고, 의원 꿔 주기는 ‘강요’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성정당 선거운동 허용, 선거비용 차입 모두 선관위가 기계적일지언정 법적 근거에 따라 해석한 것이다. 정당들이 일일이 서면으로 문의하고 답변을 받아 위법 소지를 사전에 피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선관위의 위성정당 등록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면서 ‘선관위가 청구인의 선거권 등 중대한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렇게 보기도 어렵다. 위성정당이 등록돼도 유권자가 안 찍으면 되니까. 위성정당을 막으려면 선거법에 금지 조항을 넣는 방법이 있으나, 이 역시 헌법의 하위법으로 정당 설립을 규제하는 것이어서 위헌소송심판 제기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에서 위성정당 금지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런 점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21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두산타워빌딩 앞 거리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통합당 점퍼를 뒤집어 입은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 등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법 개정의 문제를 따져보자. 일각에서는 제1야당을 빼고 4+1이 밀어붙인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여야 합의를 이뤘다면 더 나은 선거제가 가능했을까.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이 전혀 소통을 안 하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비례제를 없애자고 어깃장을 놓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비례 의석 수를 대폭 늘리지 않은 데에 있다. 비례 의석을 지역구 의석만큼 늘려 비율을 1대 1 정도로 맞췄으면 아예 위성정당 꼼수를 부릴 여지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게 핵심이다. 유권자 표가 의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거대 정당들이 과대 대표되는 문제를 해소하자는 게 준연동형 비례제의 목적인데, 비례 의석을 고작 47석을 두고 그중 30석 캡을 씌워서는 비례성을 높일 수도, 위성정당 꼼수를 피할 수도 없다. 비례 의석을 늘리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제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다 알았고, 학계 누구나 지적한 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국회 정원 300석을 묶어두고 비례 의석을 늘릴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당 인구 상ㆍ하한을 1대 2로 하고 공직선거법 획정기준을 따르자면 지역구 240~250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비례 의석은 50~60석이 한계다. 이 규모로는 100% 연동형이건, 준연동형이건 위성정당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국회 정원을 늘리는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국회의원을 51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평균 9만7,000명당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하는데 우리는 16만명당 1명꼴이다. 정원을 늘리면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성 높은 비례대표들이 국회 역량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데다,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군소 정당의 국회 진입 기회가 생긴다. 의원 세비를 대폭 삭감하면 예산 문제도 없다.

“국회의원 중 누구도 원하지 않는데다, 국민 설득도 이번 위성정당 파동으로 더욱 어려워졌다. 얼마 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았지만 의원 정수를 늘리지 못하고 간신히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끝났다. 미래를 내다보면 우리나라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게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인구 절벽 앞에선 300명 한도에서 합리적 비례대표제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 통일이 된다면 국회의원 정수나 선거제도에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당조차 국회 증원에 대해선 선을 그었었다. 결국 검찰개혁법이 중요했고, 선거법에 대해선 명분만 비례성 확대를 주장했을 뿐 의석을 빼앗기기 싫었던 속내로 보인다.

“그런 셈이다.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선거법이 개정되리라고 믿지 않았다.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 시사인과 한 인터뷰를 보면 민주당도, 청와대도 ‘결국 안 될 일’이라고 봤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니 법안을 만들면서 의석 수나 위성정당 등 문제를 면밀히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어쨌거나 선거법은 다시 개정해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국민을 실망시켰으니 준연동형이건 연동형이건 국민 설득이 어려워졌다. 정말 비례성 확대가 목적이라면 이렇게 계산이 복잡하고 부작용이 큰 연동형 비례제 말고, 지역구 의원 다 없애고 완전 비례제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이를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없다는 것이 참 이상하지 않은가. 이게 현실이다. 완전 비례제가 이상적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국회 통과 여부는 또 별개의 일이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남는 대안은 과거의 병립형 비례제다.”

-그러면 정치인 기득권만 지켜주는 꼴 아닌가. 여전히 비례제 확대에 미련이 남는다. 거대 정당들이 외면하는 민의를 대변하는 데에 조금은 나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양극화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렸는데도 기성 정치인, 거대 정당들이 방치하고 있다. 허구한 날 청년 공천 한다면서 민주당ㆍ통합당의 2030 공천자는 20명도 안 된다. 이벤트성 영입에 목을 매느니, 똘똘한 청년정책으로 승부하는 정당이 나올 미래를 꿈꾼다. 비례제 확대가 이런 변화를 돕지 않을까.

“정당들이 그 어떤 대의명분보다 의석 수 확보를 최상의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이번에 다시 확인된 바다. 모든 정당이 마찬가지다.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정의당이든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고 움직인다. 이런 냉정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전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 개혁을 해야 한다.

역량 있는 청년 정치인을 끌어들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만 방법은 아니다. 정당들이 이번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청년 공천 기준을 만들어 발표한다면 좋겠다. 지방선거 시군구 의원 출신을 총선 공천에서 중용하는 기준을 만들면 뜻있는 젊은이들이 지방의회에서 역량을 키워 국회의원이 될 준비를 하지 않겠나. 눈에 띄는 스펙, 이야깃거리로 총선 직전 청년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청년 유권자들을 좌절시키고, 정당 활동을 열심히 해온 청년 당원을 소외시키는 것이다.”

-정치 수준은 결국 유권자가 만든다. 국민의 책임을 이야기한다면.

“만약 이번 총선 투표율이 아주 낮으면 정당들이 기고만장할 것이다. 위성정당 꼼수를 부리든 말든 이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내 지역구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인물을 가려내도록, 내 나름의 심판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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