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원 온 전국 119구급대원 ‘아름다운 해산’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달려오겠습니다.”
2일 오전 10시쯤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이송업무를 맡고 있는 119구급차 20대가 줄지어 있었다. 이곳은 2월 22일부터 대구소방안전본부의 집결지다. 잠시 후 소형 버스로 이곳에 도착한 119구조대원들이 자신이 타고 온 구급차로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 2월22일 부산과 대전, 광주, 울산, 충북, 전북, 전남, 경남 8개 지역에서 동원된 구급차 중 마지막으로 남은 20대의 구조대원 40명이었다. 떠나는 한 대원이 “도움이 필요할 때 또 불러주세요”라고 말하자 2줄로 서서 배웅하던 대구 구조대원들이 “감사합니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대구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의심환자 수송 업무 최일선에서 촌각을 다투던 전국 119구조대원들이 아름답게 해산했다. 소방청이 동원령을 내린 후 대구에는 모두 147대의 타 지역 구조차량과 797명의 대원들이 지원활동을 벌이다 이날 해산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환자 이송 6,608건, 의심 환자이송 940건, 타지역 이첩 231건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날 해단식에서는 “47년 만에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된 날 신종 코로나 동원령 해제가 결정된 것은 의미있는 변곡점”이라는 말이 나왔다. 구조대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각자 전국으로 돌아갔다.
전남에서 온 이정주(51) 소방위는 “어제 35주 임산부가 확진 판정을 받고 동산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우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짧은 이송 시간이었지만 건강한 아이를 놓고, 꼭 연락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시민을 위해 일한 기억은 평생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소방관은 “40여 일간 쪽잠을 자고 제대로 못 먹는 것은 괜찮지만 도움을 주러 간 구조대원에게 확진자가 거친 말을 쏟아냈을 때가 가장 힘 빠졌다”며 “확진자들이 많이 완쾌되는 것을 보니 그래도 보람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이날부터 예전처럼 23대의 구조차량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응급환자 이송 업무를 맡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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