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ㆍ탄핵 등 위기 때마다 빛 나는 이재명식 ‘앞으로 가’
각종 논란·불안정성 때문에 거품 커졌다 꺼졌다 되풀이
지난달 24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난세영웅(亂世英雄)’이라는 옛말이 있죠. 평화로운 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에서 진면목을 보이는 인물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 국면에서 누구보다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것은 이재명 경기지사일 겁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이 지사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선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7년 대선을 거치며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이 지사에게는 여전히 ‘돈키호테’의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돈키호테는 흔히 무모한 사람의 대명사로 통하죠. 기존 정치문법에 따르기보다는 때로는 파격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독특하고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놓기 때문인데요.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천지·이만희 압박 작전이 통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7년 1월 경기 성남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판교테크노밸리 기본소득을 말하다'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방식도 앞뒤를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꼭 닮았습니다. 신천지 발(發) 대량 확진 사태가 일어나자 이 지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신천지교회 과천본부에 긴급 강제조사를 실시했죠. 또 이만희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하겠다고 가평 평화연수원으로 달려갔어요. 결국 알아서 검체를 체취했는데 음성으로 나왔다고 했던 이 총회장 측은 다시 한번 검사를 진행했죠. 이 지사의 행동주의 방역ㆍ행정이 먹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방식의 선별검사소를 전국 지자체 중 처음 도입한 것도 바로 경기 고양시였다네요.

그것만이 아니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평소 소신인 기본소득 이슈 띄우기에도 나섰습니다. 감염병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도민 모두에게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건데요. 지급 대상을 따로 가리지 않고, 전체 주민에게 주는 것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경기도가 처음입니다. 일회성, 선거용 대책이란 등의 비판은 있지만 경기도의 이번 정책은 장기적으로 기본소득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이재명 표 무상 복지 시리즈는 성공했나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경기지사. 신상순 선임기자

정치인 이재명의 이름을 처음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던 배경에도 위기 상황이 있었는데요. ‘소년 노동자’ 출신인 이 지사는 검정고시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다 2010년 7월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이 지사는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시 재정이 파탄 났다며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했어요. 잘 사는 동네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성남시가 7,000억원대 부채 지급유예 선언을 하자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전국의 이목이 이 지사에게 쏠렸어요. 이후 성남시는 사업 투자순위조정 등 초긴축 재정으로 3년 6개월만에 빚을 청산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어 파격적 복지정책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무상 산후조리원과 무상교복, 청년배당 등 ‘이재명표 복지’를 각인시켰죠. 3년 이상 성남에 계속 거주한 만 24세 청년 전원에게 연간 5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배당은 뜨거운 포퓰리즘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장 중 하나였던 ‘변방사또’ 이 지사는 이를 통해 전국적 지명도를 획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에 당내 대선 경선에도 나섰어요. 이듬 해엔 경기지사로 당선됐고요.

이번에도 사이다의 거품은 빠질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17년 1월 경기 성남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 지사의 행보에는 ‘박수’만이 아니라 늘 논란이 따라붙곤 합니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부터 무상복지, 이번 재난기본소득까지 격렬한 적절성 시비가 일어나곤 했죠. 이번 보편적 재난소득 지급에서도 선별적 지원을 요구하며 자신의 뜻에 반기를 드는 도내 시ㆍ군은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면서 충돌을 빚었죠. 이런 개혁 이미지는 동시에 위협 요소이기도 합니다. 개혁을 넘어 때론 극단적인 모습에 일부 보수층은 강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대중 정치인으로서 큰 약점일 수 있겠죠.

때문에 위기가 지나가면 그의 이름은 흐릿해지곤 했어요. 지난 촛불정국에서도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처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면서 대선후보 지지율이 훌쩍 뛰었다가 탄핵 이후엔 가라앉은 바 있습니다. 이 지사도 이를 의식한 듯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새로운 것을 관심을 끌기 위해서 던지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파격 없는, 무난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거죠. 물론 코로나19라는 역대급 사건이 터지면서 이 다짐을 지키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진 셈이죠.

다만 정치적 행보를 제외하고서라도 이 지사는 숱한 난관을 겪고 있죠. ‘친형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혜경궁 김씨’ 등 트러블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2심에서 유죄판결이 나고 대법원의 선고를 기다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진행형인데요. 그는 이번에야말로 ‘라만차의 풍차’를 무찌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한번 요란한 정치 쇼가 끝난 뒤 껌껌한 무대 뒤로 모습을 감추는 걸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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