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ㆍ한진칼 등급 “하향 검토”
항공ㆍ정유 이외 산업 전반 확산 조짐
“업종보다 위기 대응력 따라 갈려”
대한항공 A330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 시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을 좌우하는 기업 신용등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항공, 정유사의 신용도 하락을 신호탄으로 산업 전반에 도미노 하락세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항공ㆍ정유업계 신용등급 줄하락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회사채(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 ‘BBB+ 안정적’, ‘BBB 안정적’에서 각각 “하향 검토”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입국제한 조치로 항공노선이 대거 정지돼 수익성 악화 우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지만, 매각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져 재무구조가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 덕분에 기존 등급(BBB- 상향 검토)을 유지했다. 항공ㆍ운송업종은 물론, 관광객 급감에 따라 호텔ㆍ면세업종의 신용등급 악화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자본조달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다. 하락 폭이 클 경우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 거부될 수도 있다. 신용등급 하락은 주가 하락도 부추길 수 있어 투자심리 위축의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많다.

국제유가 급락 추세에 정유사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유가가 급락하면 종전에 비싸게 샀던 비축유의 가치가 떨어져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GS칼텍스(BBB+→BBB)와 에쓰오일(BBB 안정적→부정적)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또 무디스는 지난 2월 현대제철의 신용등급을 Baa3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 하향 여부도 검토 중이다.

[저작권한국일보] 김문중 기자
◇상대적 선방 금융사도 ‘불안’

반면 금융사들은 아직까지 대체로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한신평 신용평가에서 금융지주사(신한ㆍKB)와 증권사(하나ㆍ한투ㆍ미래에셋), 카드사(신한ㆍ삼성ㆍ우리) 등은 모두 기존 등급을 지켜냈다. 다만 한신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금융권에 즉각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실물경제 위기가 확대될 경우 낙관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무디스는 최근 4개 지방은행(부산ㆍ대구ㆍ경남ㆍ제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무디스 측은 “코로나19 확산의 직접 피해지역이거나 관광ㆍ서비스ㆍ식음료ㆍ유통업종 중소기업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커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달엔 6조5,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으로, 기업 신용도 악화가 만기 연장 및 신규 발행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정부가 이달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본격 가동하는 등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근본적으론 기업의 위기대응 방식이 산업 전반에 걸친 신용도 변화에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부터 유동성이 공급돼도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변하는 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신평 관계자는 “업황이 악화됐다고 무조건 신용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며, 기업이 얼마나 위기대응능력을 갖췄는지가 신용평가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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