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완치자의 혈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에서 실제로 시행된 회복기 혈장 치료의 경과가 국내에 소개됐다.
혈장은 혈액의 혈구 등이 담긴 노란색 액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원인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가 담겨 있다. 특정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면 이를 이겨내는 항체가 형성되는데 이에 착안한 것이 회복기 혈장을 활용한 치료다. 신종 코로나를 물리친 환자의 혈장을 투병 중인 환자에게 주입하는 식이다. 치료제가 없는 새로운 감염병을 치료할 때 종종 시도되는 방법으로 한국에서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치료에 활용된 적 있다.
1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선전의 제3인민병원 감염내과에서 위중한 환자 5명의 치료에 회복기 혈장을 활용한 경과를 유튜브를 통해 설명했다. 치료 경과는 최근 최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의료진은 1월 20일부터 3월 25일까지 가장 위중한 단계의 30~70대 환자 5명에게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투여했다. 위중한 환자들은 중증폐렴과 저산소증을 겪고 있었고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했으며 체내 바이러스 농도도 높은 편이었다. 환자들에게 투여한 혈장은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중화항체 등 항체 양이 많은 것으로 선별됐다.
위중한 환자들이 입원한 시점에서 10일과 22일 사이에 혈장을 투여한 결과, 환자들의 회복 정도를 의미하는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효과는 체온과 중증질환 점수 척도(SOFA SCORE), 혈액 내 산소포화도, 바이러스 농도,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 치료 횟수 등을 통해 측정했는데 모든 지표가 좋아졌다. 다만 이 환자들에게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와 함께 칼레트라 등의 항바이러스제도 함께 투여됐다.
한국 보건당국도 회복기 혈장을 중환자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31일 기자 설명회에서 이러한 방침을 밝히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코로나19 치료 방법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에서 중증 환자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권 부본부장은 “사실상 혈액에 들어있는 항체를 수혈하는 개념의 치료”라면서 “지침에는 어떤 상태의 환자에게 어떤 주기로 얼마만큼의 혈장을 투여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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