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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불경기 등의 여파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거둔 순이익이 52조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11조원 대비 52.85% 급감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반영되는 올해 수익은 더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법인 583개 기업(금융업 제외)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006조4,57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 비해 0.47%(9조4,852억원) 증가한 수치다.

소폭이나마 매출이 늘었지만 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영업이익은(102조285억원)은 전년보다 6조205억원(37.04%) 감소했고, 기업의 전체 수익에서 세금 등 비용을 뺀 당기순이익은 52조4,420억원으로 전년(약 111조원) 대비 58조7,013억원(52.82%)이나 줄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09%,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61%로 각각 전년 대비 3.03%포인트, 2.95%포인트 하락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51원 영업이익을 내고 결국 손에 쥔 돈은 26원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국내 경제를 이끄는 주력 업종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의 지난해 순이익(22조2,813억원)은 전년보다 40조9,329억원(64.8%) 감소했다. 반도체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이익은 각각 50.98%, 87.02%씩 줄었다.

업종 별로는 섬유의복 업종(137.23%), 건설업종(78.64%), 운수장비(51.12%)를 비롯한 6개 업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반면 전기전자(-64.75%), 화학(-60.45%) 등 9개 업종은 순이익이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416개 기업(71.4%)이었고 적자 기업은 167개 기업(28.6%)이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부채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 부채비율은 111.86%로 1년 전보다 7.34%포인트 증가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은 코스피보다는 나았다. 12월 결산 코스닥 법인 946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조2,903억원으로 4.63% 증가했고 매출도 8.39% 늘었다. 다만 순이익(4조1,607억원)은 전년보다 10.47% 줄었다.

국내 상장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불황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들은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면서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대외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셈”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반영된 탓에 기업들의 올해 성적표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1분기 실적부터 당초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하는 등 암울한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 -9%, 2분기 -34%로 급감할 걸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 침체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된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업종에도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하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강세를 점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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