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1,500여년 전 삼국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의성군의 무덤 320여기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경상북도 기념물인 ‘의성 금성면 고분군’을 사적 제555호로 지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고분군은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ㆍ학미리ㆍ탑리리에 있는 5, 6세기 고분 324기다. 올 1월 지정 예고 당시에는 374기가 대상이었지만, 미발굴 고분 50기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고분군은 400, 500년대 삼국시대 경북 북부 지역의 역사ㆍ문화와 신라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유적이라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의성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어 이 지역의 독자적 문화를 밝히는 데 중요한 유적인 동시에, 묘제(墓制)와 출토 유물 양상이 신라의 지방 지배 방식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의성군은 금성면 고분군의 사적 지정을 신청하면서 “신라 거점 역할을 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이라며 “유구(遺構ㆍ건물의 자취)와 유물이 경주와 유사하면서도 독특한 점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금성면 고분들은 중앙집권국가 형성 이전 초기 국가에 해당하는 국읍(國邑ㆍ중심 읍락) 지배계층의 분묘일 가능성이 크다. 삼한시대에 조문국이라는 부족 국가가 있던 금성면은 신라에 편입된 뒤에는 북방 거점 기능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러나 신라 문화에 완전히 흡수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라 무덤 양식인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ㆍ돌무지덜넛무덤)를 독자적으로 변형한 묘제가 확인됐다. 무덤에서 출토된 ‘의성 양식 토기’도 지역적 특색이 돋보인다. 의성 양식 토기 특징은 고배(高杯ㆍ굽다리접시), 항아리, 뚜껑 등에서 잘 나타나는데, 생산과 유통이 꾸준히 이뤄졌다는 게 학계 추정이다.
머리에 착용하는 관, 귀걸이, 허리띠 장식, 고리자루칼 등 무덤 내부에서 발견된 위세품(지방 수장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왕이 하사하는 귀한 물품)은 신라 수도 경주와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한다.
금성면 고분군에서는 1960년 탑리리 고분군 발굴 이후 매장문화재 조사 17회, 학술조사 9회가 진행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의성 지역은 경주와 경북 북부를 연결하는 교통 요지이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지만 단순한 북방 거점 지역이 아니었다”며 “정치와 경제, 문화, 군사 면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