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개씩 직접 구워 전달
자가격리자들 힘내라는 차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자가격리자가 생기면서 매일 80여개의 달걀을 굽는 남자가 있다. 달걀 굽는 남자는 경기 안양시청 임채익 복지정책팀장으로 자가격리자들에게 화제의 인물이다.
실제 임 팀장은 지난 2월 29일부터 매일 달걀을 굽고 있다.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인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1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안양지역 자가격리자는 모두 576명이며 이 중 자가격리가 곤란해 시가 지정한 시설을 이용하는 격리자는 27명이 있다.
시는 별도로 격리된 27명에게 점심과 저녁을 도시락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만 아침식사는 전날 배달하는 샌드위치와 컵라면 등이 전부다.
이에 일부에서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기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구운 달걀이 선택됐다. 하지만 2개에 1,500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때 임 팀장이 집에 있던 달걀 굽는 기기를 가져와 직접 구워서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임 팀장이 매일 달걀을 굽는 이유다. 매일 직접 계란을 구워 1인당 3개씩 매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완제품 구입비 월 52만원도 절약할 수 있었다.
다만 처음에는 밤새 구운 달걀을 오전에 직접 배달해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자가격리 인원이 많아지면서 오전 배달은 중단한 상태다. 저녁 음식과 함께 배달하고 있다.
임 팀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도시락과 찬 샌드위치만 먹어야 하는 격리자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싶어 달걀을 굽게 됐다”며 “하지만 자가격리 인원수가 많아지다 보니 따뜻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당초 취지를 지키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조금 힘들고 불편하지만 자가격리 하는 분들은 나보다 더 힘들고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굽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시민들이 더 이상 이런 불편한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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