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고3 정시와 수시 갈피 못잡고 
 대학 온라인 강의로 늘어난 ‘반수생’과 경쟁 
 공교육 구멍으로 사교육 의존도 커져 고민도 

“전국 고3이 똑같다지만 수시는 수시대로 학사 일정에 쫓겨야 하고 정시는 정시대로 재수생에 불리하니 애들도, 학부모들도 이러다가 재수하겠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와요.”

전북의 고3 학부모 강모(52)씨는 1일, 기약 없이 미뤄진 ‘등교 개학’에 불안함을 토로했다. 가장 막막한 건 무엇보다 대입 준비. 그는 “한 달 반 학교에 못 갔는데, 수능 2주 연기한다고 만회가 되겠냐”며 “정부가 코 앞에 닥쳐서가 아닌, 2월 말 처음 개학 연기를 발표할 때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답답해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연기된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대신고에서 한 고3 담임 교사가 텅 빈 복도를 걷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전날 온라인 개학 방침과 함께 2021학년도 대입 일정을 확정하자, 고3 재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올해 대입이 역대 가장 ‘현역’에 불리한 구조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시를 염두에 뒀던 고3은 등교 개학을 하더라도 비교과 활동은 물론 1학기 중간ㆍ기말고사를 치르기에도 시간이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진도도 못 나간 ‘정시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올해 고3은 수시와 정시 어느 쪽에 집중할지 가늠하는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도 아직 치르지 못해, 대입 전략의 갈피를 잡지 못한 학생도 부지기수다.

또 다른 복병은 대학을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이다. 교육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고등학교와 대학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반수생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통상 반수를 하는 학생들은 대학 1학기 학사 일정 때문에 6월부터 수능을 본격 준비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학교를 나가지 않아도 되는 데다 수능까지 2주 미뤄지니 여러모로 반수생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도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예년에 비해 반수 관련 문의가 많다”며 “올해 고3이 작년 대비 5만명 줄어드는 것도 하나의 유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학년도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48만4,737명(졸업생 13만6,972명 포함)으로, 응시생이 50만명 이하로 떨어진 건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지난해가 처음이다. 교육당국은 학령인구 급감 여파로 올해 수능에는 이보다 5만명가량 줄어든 약 43만명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반수생은 졸업생 응시자의 절반 수준인 약 6만명으로 교육계는 추산한다.

지난달 31일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수생이 많아질까 고민되기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반수생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외국인 유학생도 대폭 줄었는데 반수생, 재수생까지 많아지면 대학 재정에 심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2월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일부 대학이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신ㆍ편입생의 첫 학기 휴학에 대해 허가하라’고 대학에 권고했지만 대다수 대학은 반수생 급증 우려로 외국인 유학생에 한해서만 1학기 휴학을 허용한 상태다.

휴업 장기화로 인한 공교육 공백이 6주 가까이 지속되면서, 불안한 고3의 사교육 의존도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성남의 고3 학부모 윤모(45)씨는 “현직 교사들한테 열흘도 채 안 주고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라고 하면 시스템이나 내용적으로 제대로 될지 미지수”라며 “주변에는 진작부터 고가의 개인 과외로 돌린 학부모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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