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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의 마지막 인사 “힘든 시기에 떠나 죄송… 받은 사랑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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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의 마지막 인사 “힘든 시기에 떠나 죄송… 받은 사랑 보답하겠다”

입력
2020.04.01 17: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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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의 ‘전설’ 양동근(39ㆍ현대모비스)이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양동근은 1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은퇴를 발표해 죄송하다”며 “17년간 좋은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자리엔 최고 스타 양동근을 만들어준 유재학(57) 현대모비스 감독을 비롯해 팀 동료 함지훈 이종현, 절친한 후배 조성민(LG) 그리고 가족이 함께 했다.

전날 양동근의 은퇴 소식을 접한 다수의 농구 팬들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 시즌이 된 2019~20시즌 40경기에서 평균 28분24초를 뛰며 평균 10점 4.6리바운드 1.2스틸로 건재를 확인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팀이 세대교체에 들어갔고, 지도자 수업 계획도 있어 결단을 내렸다.

양동근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 2월 28일 서울 삼성전이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 리그 조기 종료로 팬들과는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기자회견 도중 자주 눈물을 훔친 양동근은 “(홈 구장) 울산동천체육관에서 팬들에게 인사 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팬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결정했지만 은퇴는 매년 생각했던 것”이라며 “나도 이제 많이 힘들고, 경쟁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결정했다. 내 선택이니 나쁜 결정은 아닐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2005~06시즌 함께 호흡을 맞췄던 외국인 선수 고 크리스 윌리엄스를 떠올리며 “(윌리엄스의 등 번호) 33번을 달고 마지막에 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 친구도 나를 하늘에서 응원해줄 거다. ‘생큐 마이 브라더’”라고 옛 동료를 추억했다.

용산고-한양대를 졸업하고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줄곧 현대모비스 유니폼만 입은 양동근은 데뷔 후 유재학 감독의 집중 조련에 ‘꽃길’을 걸었다. 2004~05 데뷔 시즌 평균 11.5점 6.1어시스트로 신인상을 받은 이후 2006년 정규리그 1위와 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시작으로 전성기를 열었다. 은퇴까지 그는 선수 최다인 6개의 우승 반지를 꼈다. 또 정규리그 MVP 4회, 플레이오프 MVP 3회 수상 등으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로 이름을 남겼고, 등 번호 ‘6’은 현대모비스의 영구결번으로 남는다.

서장훈(전 KT) 김주성(전 DB)처럼 전국을 돌며 모든 구단,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은퇴 투어’ 대상자 후보로 꼽혔지만 양동근은 “그런 꿈을 많이 꿨지만 내가 형들처럼 받을 선수는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 받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내 입으로 한 적도 없고 생각도 안 해봤다. 단지 남들보다 한발 더 뛴 선수였다”고 답했다.

본인은 자신을 낮췄지만 스승 유재학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유 감독은 “(양)동근이가 프로에 입단할 때는 서장훈 김주성 현주엽처럼 ‘특A급 선수’가 아닌 건 분명했지만 은퇴 시점에서 돌아보면 꾸준함과 기량, 인격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할 때 역대 최고”라고 칭찬했다.

동료들한테 패스를 못 줘 ‘소리(Sorry)’, 본인 대신 슛을 넣어줘 ‘생큐(Thank you)’라는 말을 농구하면서 가장 많이 했다는 양동근은 “정말 길고 ‘꿀잠’을 잔 거 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며 “많은 분들이 보내준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할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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