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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정부 칭찬하는 야당의 용기

입력
2020.04.01 18:00
수정
2020.04.01 18: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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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에 국민은 연대하는데

야당은 무조건 정부 비판에 매몰

칭찬ᆞ협력하면 민심 얻게 될 것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나라 살리기·경제 살리기 공동 선언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나라 살리기·경제 살리기 공동 선언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는 국가 재난입니다. 우리 야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긴급재난지원금 꼭 필요합니다. 국회에서 신속히 재원 마련에 협조하겠습니다.”

한번쯤은 야당이 이렇게 나오기를 꿈꿨다. 평소처럼 정쟁을 지속할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국가적 위기라는 것을 국민은 다 알았다. 결속하고 도왔다.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응원, 감사, 격려의 해시태그만 봐도 민심은 쉽게 드러난다.

야당은 이 연대의 어깨동무에 끼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초기 미래통합당은 ‘우한 폐렴’을 강조하며 중국 봉쇄를 하지 않은 정부 때리기에 전념했다. 정부 실정을 강조해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얕은 전략은 잠시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2월 말 신천지발 집단감염으로 대구ㆍ경북의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이미 국민을 지치게 했다.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대책과 공감이었건만 지금까지 야당은 정부 깎아내리기에만 매몰돼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정부가 대구 봉쇄 조치를 했고 교회 내 감염은 없었다’는 억지마저 쓰기에 이르렀다. 잘한 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의료종사자뿐이라니 편협하기도 하다. 한국의 선제적 대량 진단검사를 배워야 한다는 해외 반응, 상승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애써 외면한다.

정부가 잘한 것을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으니 위기 극복의 의제를 선점하지도 못하고 자가당착에 빠진다. 1차 추경 때 통합당은 선거용이라며 반대하다가 여론을 의식해 태도를 바꿨다. 이후 황 대표는 40조원의 긴급구호자금을 제안하고서도 여당 지자체장들의 재난기본소득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가세한 후 통합당은 240조원 규모의 ‘통 큰 지원’을 공론화했다. 그러면서도 소득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 정부에 대해선 “총선을 겨냥한 매표 욕망”이라며 비판했고, 다시 국민 전부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통합당 입장은 뭐라는 것일까. ‘무조건 반대’를 외치느라 자기 정체성마저 실종되는 꼴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실패’이자 ‘후안무치’라며 통합당과 비슷한 전략으로 총선에 임하고 있다. 안타깝다. 그는 유권자에게 위성정당을 심판해 달라며 “강력한 견제와 균형자 역할을 할 정당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사안에 따라 비판과 협력이 있어야 균형자가 될 것이다.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할 때 올랐던 그의 지지율은 자가격리를 해제한 후 빠르게 하락할 판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능력도, 민심을 읽는 정무감각도 의심스러운 통합당을 보면서, 그들이 여당이었다면 코로나 위기에 미국이나 이탈리아 같은 상황이 현실화하진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과연 민주당은 야당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역시 고개가 갸웃해진다. 민주당도 정부 여당의 흠을 잡아 선거에 이기는 길을 택했을 테니 말이다.

일관성 없는 상대당 비판은 정치인 개인의 품성 탓이기도 하지만 이래도 되는 우리의 정치 풍토 탓이다. 유권자들은 우리 편이니까 표를 주고, 정치인은 정적을 더 시원하게 까는 것으로 그 표를 받아간다. 막말 정치인은 다시 뽑아줄지언정 사안에 따라 다른 입장을 내는 정치인은 ‘너는 누구 편이냐’며 정체를 의심받는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공천 탈락이 이런 토양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적을 칭찬하는 것은 그러니 진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국민이 국난 극복을 위해 똘똘 뭉쳐있는 지금이라면 정부를 칭찬하는 야당에 모두 박수를 칠 것이다. 갈 곳 잃고 떠돌던 무당층 표를 끌어당길 테니 총선 전략으로도 유용할 것이다. 혹시 또 아는가. 담배 끊기를 공개적으로 약속할 때 금연 성공률이 높듯이, 칭찬도 하다 보면 습관이 돼 소모적 비판과 막말을 자제하는 효과가 있을지. ‘바보 노무현’이 그러했듯이 새로운 전형에 도전하는 정치인이 남다른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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