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등단해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2014년부터 올 3월까지 한국일보 등 여러 매체에 쓴 글을 정리해 묶은 산문집이다. 은유와 비유, 상징을 품은 시어 대신 일상의 쉬운 언어로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의 일상을 담은 일기인 동시에 인생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은 에세이이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칼럼이기도 하다. 짧은 글은 두 쪽이 채 안 되고, 길어도 네 쪽 정도여서 쉽게 읽힌다. 부친의 조언대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 한 결과다.
저자는 자신이 지난 10년간 돌아보는 사람이었다고 정의했다.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지난날을 다시 생각하며, 돌아다니면서 두루 살피고,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돌아봄은 곧 돌봄이 됐다. 가족을 돌보고 가까운 이들을 챙기며 반려식물에 물을 주고 단어를 돌보며 책을 껴안는 일이 곧 글로 바뀌었다. 그렇게 다독이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저자는 더 큰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다독임
오은 지음
난다 발행ㆍ280쪽ㆍ1만4,000원
시인답게 평범한 단어 하나에 전달되는 마음도 섬세하게 다독인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카페 사장에게 건넨 ‘안녕하세요’에 과도한 경쾌함이 담겨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고, ‘잘 살고 있니’고 묻는 친구의 문자 연락에 경제적으로 ‘잘사는 삶’이 아닌 주변에 마음을 쓸 수 있는 ‘잘 사는 삶’을 꿈꾼다. 따뜻하고 다정한 글에 절로 고개가 끄덕인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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