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가 1일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총 규모 20조원 가운데 1차 자금 요청(캐피탈콜)분인 3조원이 당장 채권시장에 투입되고, 단기자금 시장에도 금융당국 및 한국은행의 적극 개입이 시작된다. 이번 주가 채권시장 안정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채권수요 심리 회복이 관건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안펀드 조성 후 첫 캐피탈콜분 3조원이 이날 납입됐다. 자금은 주로 유통시장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 나온 채권 매물을 받아줄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안펀드 자금은 시중 운용사들에게 투입돼 이들이 채권 매물을 매입해주는 식으로 사용된다.
채안펀드의 주관운용사는 IBK자산운용이다. 하위 펀드 운용사로 한투자산운용ㆍ삼성자산운용(회사채), NH아문디자산운용ㆍ유진자산운용(은행채), KB자산운용ㆍ하나UBS자산운용(여신전문채), 멀티에셋자산운용ㆍ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기업어음, 단기채) 8개사가 선정됐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의 구체적인 매입 규모와 대상, 방식 등을 정할 방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수요예측 제도(채권 발행 전 투자자가 원하는 금리ㆍ물량을 써내는 것)’가 생겼다. 기업들은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해주면 얼어붙은 채권 수요 심리가 다소 녹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이날 무보증 회사채 AA-급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차(스프레드)가 100.7bp(bp=0.01%)로 전날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스프레드는 회사채에 대한 투자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데, 최근 커지던 스프레드가 채안펀드 효과로 일단 멈춰선 것이다.
◇단기자금 시장 변동성 잦아들까
정책금융기관의 단기자금 시장 개입도 기대된다. 지난달 30, 31일 이틀에 걸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만기가 짧은 CP 차환 수요 조사를 개시했다. 이달부터 차환 목적으로 2조원 가량의 CP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전날 CP(91일물) 금리는 지난달 30일에 비해 3bp 상승한 2.19%를 기록했고, 이날 CP 금리는 2.21%로 전날 보다 2bp 상승했다. 10bp 이상 급등했던 며칠 전 상황보다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다.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2일부터 시작된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이후 다시 사거나 파는 조건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한은이 무제한으로 RP를 사들이면 그만큼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생긴다. RP 매입 대상기관은 은행과 증권사 각각 16곳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0일에 1조원 규모의 RP매입을 발표했고, 지난달 24일에는 RP매입으로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에 2조5,000억원을 공급한 바 있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금융당국과 한은의 안정화 조치가 향후 6개월간 회사채, CP, RP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규모로 충분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환발행 이슈가 해소되고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번 주에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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