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상공인 재기지원사업은 “탁상행정”
지자체 “임대료와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어야” 아우성인데 정부 요지부동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논의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사업이 ‘알맹이 빠진 탁상행정’이란 반응이 현장에서 속출하고 있다. “피해점포 재기지원사업이 소상공인 일선 실태와 동떨어져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분출하는데도 기획재정부는 요지부동이다.

1일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벤처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중 ‘피해점포 재기지원사업’이 지난달 17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사업 예산 2,470억원 중 89%인 2,196억원이 대구와 경북 경산, 청도, 봉화 등 특별재난지역에 배정됐고 나머지는 전국 소상공인을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 사업의 사용용도를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외한 점포 재개장비용’으로 묶으면서 지자체와 소상공인의 반발을 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휴업을 하거나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데도 마케팅, 방역, 재료구입, 공과금 납부 등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진과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 때는 효용이 높지만 점포 자체의 피해가 없는 감염병에는 적합하지 않은 용도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는 지난달 국회 통과 후 수 차례 중소기업벤처부와 화상회의를 갖고 임대료와 인건비를 사용용도에 포함시켜 줄 것을 강력 건의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임대료와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할 형편인데, 폐업 후 재개장비용을 어디다 쓰겠느냐”며 “재개장을 위해서도 임대료와 인건비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중기부도 이에 동의하고 있으나 기재부는 항목별로 소상공인 지원책을 따로 마련했다며 이를 외면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건비는 고용유지지원금, 임대료는 인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재난대책비에서 따로 소상공인을 지원해도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종업원에게 이미 급여를 지급했을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임대료 인하는 권고사항일 뿐이며 재난대책비를 쓸 사각지대는 넘친다”고 반박했다.

소상공인이 이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매출감소 증빙서류를 첨부하고, 사용 후 정산서를 받도록 한 것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이 대구에만 18만4,000명, 경산 1만6,000명, 청도 3,100명, 봉화 1,900명 안팎인데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중에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산서류를 첨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만큼 행정의 재량권을 최대한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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